명동성당, 농성학생들에『부모님 생각 해산하라』설득

  • 입력 1997년 6월 15일 19시 54분


서울 명동성당 입구에서 나흘째 단식농성중인 한총련 소속 대학생들은 15일 현재까지 성당측의 자진해산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성당측은 연일 계속되는 폭염 때문에 물과 소금만으로 버티고 있는 학생들이 탈진해 쓰러질 것을 염려해 거듭 해산을 요구했지만 학생들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난감한 입장이다. 이날 오후에도 崔秉元(최병원·80)전 사목협의회 총회장 등 원로 신도들이 학생들에게 『이제 주장하는 바를 충분히 알렸으니 집에서 눈물을 흘리며 걱정하는 부모님들을 생각해서라도 해산하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학생들은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면서도 『이정도에서 멈출 수 없다. 극단적인 상황까지 각오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과거 험난한 민주화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운동권 학생이나 재야인사들에게 「피난처」역할을 해온 명동성당측은 李石(이석)씨 상해치사사건으로 한총련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이 비등해 있다고는 하지만 강제적인 물리력까지 사용하는 것은 원치 않고 있다. 경찰도 난처한 입장에 빠져 있기는 마찬가지. 단식중인 학생들이 병원에 후송되기라도 하면 『경찰은 왜 학생들이 쓰러져가는 것을 방치했느냐』는 비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성당 구내에 함부로 들어갈 경우 천주교는 물론 불교계로부터도 비난을 받는 등 화를 자초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 명동성당에서 단식중인 학생중에는 수배학생이 없어 학생들을 굳이 연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단식 학생중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는 경우라도 생기면 오히려 조용해진 학생들을 부추기는 결과가 오지 않겠느냐』며 어떻게해서든지 성당측이 학생들을 해산시켜주기를 바라고 있다. 사목협의회도 이날 오후 간담회에서 『학생들이 무리하게 자신들의 요구를 내세우며 스스로 건강을 해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으나 이날까지 부모들의 설득으로 귀가한 8명을 제외한 23명의 학생들을 설득하지는 못했다. 〈신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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