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치로 몰린 피해자들]시위 구경하다 잡혀『생지옥』

  • 입력 1997년 6월 5일 20시 06분


한총련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한 시민은 고 李石(이석·23)씨 뿐만이 아니다. 중학 1년을 중퇴한 한모군(16·서울 광진구 자양3동)은 한총련 학생들이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한양대에서 지옥같은 4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한군이 지난달 28일 수원 고모댁에 들렀다가 지하철 한양대역에 내린 시간은 오후 7시반경. 학교에서 들려오는 소음에 호기심이 생겨 정문을 통해 올라가보니 「형」들이 모여 집회를 갖고 있었다. 무심히 집회를 구경하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자가 다가와 『뭐하러 왔냐』고 물었다. 위압적인 말투에 주눅이 들었지만 용기를 내어 『그냥 구경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 대학생은 한군을 아래위로 훑어 보더니 파란색 잠바를 벗겨 얼굴을 덮어 씌우고 어디론가 끌고갔다. 작은 방. 얼굴에 복면을 한 대학생 2명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들오들 떠는 모습에도 아랑곳 없이 『누가 시켜서 왔냐』 『솔직히 말해라』 『경찰이 얼마주면서 시켰냐』 등의 질문을 퍼부어댔다. 영문을 모르는 한군은 『그냥 구경하러 왔어요』라고 대답했고 그때부터 고문이 가해졌다. 입에 수건을 물린채 쇠파이프가 허벅지 가슴 팔 등 온몸으로 쏟아져 내렸다. 결국 한군은 『경찰한테 3만원을 받고 왔다』고 거짓말을 했다. 『어떤 경찰이냐. 이부장이냐』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한군이 풀려난 시간은 자정경. 길가에 주저앉아 있는 한군을 순찰중이던 의경이 발견, 집으로 돌려 보냈다. 지난 1일에는 한총련 출범식을 구경하러 한양대에 왔던 양성원씨(22·인천 주안1동)가 대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학생들은 주먹으로 양씨의 얼굴을 수없이 때렸다. 감금당한 시간은 4시간. 『경찰 프락치냐』는 질문에 끝까지 부인하자 얼굴이 퉁퉁 부은채 풀려날 수 있었다. 이날 오후 8시 반경에는 친구집을 찾아가던 최희진씨(26·충남 보령시 천북면)가 대학생들에게 폭행당하고 현금 30만원과 예금통장 및 현금카드가 든 지갑을 빼앗겼다. 최씨는 이날 서울 동대문구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승강장에서 얼굴을 가린 대학생 10여명에게 둘러싸였다. 주먹으로 뺨과 가슴 등을 여러차례 얻어 맞았다. 학생들은 『경찰관이 아니냐』며 최씨를 무릎 꿇린채 지갑을 빼앗아 가버렸다.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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