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11시 서울 종로구 청운동 경복고등학교 교정. 전날 총동문회에 이어 동문체육대회가 열렸다.
동문들은 다른 고등학교 체육대회와 다를 바 없이 기별로 자리를 함께하며 축구 농구경기로 선후배간 친목을 다졌다.
나무그늘 밑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던 동문들은 학창시절의 추억을 더듬으며 모처럼 만난 옛친구들과 이야기 꽃을 피우기도 했다.
동문들은 그러나 『지난해와는 달리 오늘은 어쩐지 썰렁한 느낌이 든다』고 입을 모았다.
동문인 金賢哲(김현철)씨가 총동문회날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된데다 「잘나가던」 동문들도 모습을 보이지 않거나 예전같은 위세를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
현철씨의 선배로 국정의 주도권을 놓고 현철씨와 마찰을 빚었던 것으로 알려진 金德龍(김덕룡)동문은 이날 오전 잠시 얼굴을 비쳤으나 『체육대회에 참가해 땀을 흘리며 뛸 만한 사정이 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총총히 사라졌다.
현철씨가 국회청문회에 출석했을 때 질문공세를 폈던 신한국당 李思哲(이사철)의원은 체육대회에 나와 오래 자리를 지켰으나 현철씨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영어의 몸이 된 현철씨의 처지에 대해 일부 동문들은 『국정농단 등에 대해 대가를 치르고 있지만 어쨌든 인간적으로는 안됐다』는 동정론을 폈다.
반면 잔디밭에서 바둑을 두고 있던 백발이 성성한 원로동문들 사이에서는 『자업자득(自業自得)이지. 고집이 너무 셌어. 어쩌다 만나 얘기하면 우리말을 듣지 않았거든』 『청문회 때라도 겸허하고 솔직하게 털어놓았으면 지금쯤 동정론이라도 나올텐데…』라는 얘기가 오갔다.
현철씨 동기동창들은 『현철이가 대통령의 아들이 된 이후에는 한번도 동창모임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았다』며 『우리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좀 더 일찍 들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불행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