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담]20代 요리견습생 13억수표 주워 신고

  • 입력 1997년 5월 3일 21시 42분


결혼을 한달여 앞두고 예식비용이 모자라 걱정이 태산같던 朱正一(주정일·24·서울 서대문구 홍은1동)씨는 지난달 30일오후 「구원의 봉투」 한 장을 길에서 주웠다. 자신이 일하는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 음식점에서 화장실에 다녀오다 우연히 발견한 봉투 안에는 무려 13억7천여만원짜리 자기앞수표가 들어 있었다.난생 처음 만져보는 큰 돈이라 가슴이 떨렸다. 고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온 후 요리를 배우고 있는 그였지만 미련도 욕심도 버렸다. 수표 뒤에 적혀 있는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으나 받는 사람이 없자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파출소에 신고했다. 한편 이 시간 전날밤을 뜬눈으로 새우고 출근한 보람은행 영업부 李保勳(이보훈·30)대리는 넋나간 사람처럼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내무부 산하 지방재정공제회로부터 예금으로 받은 수표를 가지고 차에 오르던 중 마감시간에 쫓겨 허둥대는 바람에 길바닥에 흘려버린 자신이 너무 못나고 밉고 한심스러웠다. 경찰의 연락을 받고 1일 오후 홍은1동 파출소로 달려간 이씨는 주씨를 보자마자 손을 움켜잡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야말로 「생명의 은인」이었다. 보람은행측은 주씨에게 50만원을 사례금으로 지급했다. 유실물법에 의한 보상금은 습득물의 5∼20%지만 수표의 경우 명확한 보상금 규정이 없다. 주씨는 『진정한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고 말해오던 약혼자가 이 사실을 전해듣고 무척 기뻐했다』면서 『곤경에 빠진 사람을 도운 것이 나의 약혼자에게 주는 좋은 결혼선물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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