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아무리 어렵다 해도 월급이 안 오를 줄은 몰랐어요. 이제 정신이 번쩍 듭니다. 회사가 아니라 나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겠습니다』
각 기업에서 잇따라 임금동결이 선언되면서 월급생활자들 사이에선 긴장감마저 감돈다.
『해마다 월급이 올라 씀씀이에 가섦瀕가 붙었습니다. 소비에 「거품」이 많았지요. 거품을 빼려면 상당히 괴롭겠지만 당장 수입이 줄어드니 어쩌겠습니까. 자가용 타던 것을 버스나 지하철로 바꾸고 점심은 될수록 사내식당에서 해결할 수밖에요』(진로 K차장)
가계의 책임자인 주부들도 벌써 소비패턴을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남편이 대기업 과장인 주부 金京美(김경미·36·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남편 회사의 임금동결소식을 듣고 이달부터 초등학교 3년생인 아들의 학원수강을 네과목에서 두과목으로 줄였다.
외식계획도 수정했다. 월 생활비를 15만원가량은 줄여야겠다는 각오다. 그러나 기름값이 올라 아파트(30평)관리비가 작년 월 17만원에서 지금은 3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김씨는 『아무리 줄여써도 물가인상을 못따라갈 것같아 걱정이다. 물가인상까지 감안하면 씀씀이를 20%이상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임금동결이라지만 실제로는 감봉인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삼성물산은 올연초부터 토요일 격주휴무제를 실시해 연월차수당 지급액을 최소화하고 있다. 사원 1인당 연간 2백만∼3백만원씩 소득이 줄어드는 셈이다.
『작년초까지만 해도 사원들이 토요휴무제를 환영했습니다. 그러나 월급이 동결되고 수당마저 줄어드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토요일에 놀아봤자 뭐합니까. 일하지 않고 놀면 지출만 늘지요』(사원 S씨)
진로그룹도 얼마전 전사원 임금동결에 이어 부서 회식비와 업무교통비도 30%씩 줄였다. 작년 하반기부터 실시해오던 토요일 격주휴무도 확실하게 지켜 수당을 깎았다.
게다가 가스료 등 여러 공공요금도 인상될 조짐이다. 물가가 불안하니 월급생활자들의 「체감 감봉지수」는 더욱 심각하다.
『경기회복을 위해 다함께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정부도 물가를 제대로 잡아주었으면 합니다. 언제나 꼼짝 못하는 월급생활자들에게만 고통을 강요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D사 사원 L씨)
「감봉시대」는 근로자 가계에 소비패턴 재편의 지혜를 요구하고 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