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자 취업박람회 『성황』…2백명모집 1천여명 몰려

  • 입력 1997년 2월 21일 19시 56분


『제가 퇴직전엔 연봉 4천만원가량 받았는데….다른 자리는 없나요』 『죄송합니다. 저희 회사는 지금 경비직이 필요해서…』 21일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4동 센츄리타워빌딩내 서울인력은행에선 노동부 주최로 명예퇴직자와 50세이상 고령 실직자를 위한 「구인 구직 만남의 날」행사가 열렸다. 노동부는 당초 명퇴자와 고령실업자로 대상을 제한했기 때문에 참가인원이 2백명 정도일 것으로 예상했으나 막상 문을 열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날 오전부터 인력은행 주변에는 구직행렬이 이어졌고 오후1시 행사가 시작되자마자 2백50여평의 행사장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구직자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구직희망자는 1천여명. 주최측이 정확한 집계는 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대졸이상 학력소지자였다. 퇴직당시 직장은 중소기업이 많았지만 대기업 간부 출신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반면 이날 행사에 참가한 50여개 회사의 채용예정인원은 2백명에 불과했다. 구직자들은 처음엔 다소 겸연쩍은 듯 머뭇거렸으나 곧 주최측의 안내에 따라 등록, 면접 등의 절차를 밟았다. 관리직 사원을 모집하는 회사의 책상앞에선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비로소 면접을 할 수 있었다. 차례를 기다리는 동안 구직자들은 대부분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이날 구인 업체들이 내놓은 일자리는 경비 미장 미싱 등 단순 직종과 컴퓨터기술 그래픽디자이너 프로그래머 등 이공계열 전문직이 대부분이었다. 중소기업의 관리임원(연봉3천5백만원) 총무 무역 해외지사장 등 사무직도 몇자리 있었으나 모집인원은 회사마다 1, 2명에 불과했다. 이날 참가업체들이 제시한 임금수준은 최저 월63만원에서 최고 월 2백만원 수준. S그룹 계열사에서 차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12월중순 동료 80명과 함께 갑자기 대기발령을 받은 뒤 지난달 명예퇴직한 우모씨(40)는 『이제 보수나 직종을 가리지 않고 적성에 맞는 일자리만 있으면 열심히 일할 각오』라며 한 중소기업이 1명을 모집하는 무역직종 면접 책상 앞에 줄을 섰다. 우씨는 자신의 퇴직은 「명예퇴직」이 아니라 「불명예퇴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비 순찰 영업 등 직종에 5명가량을 뽑으러 왔다는 범아그룹 인력개발팀 이복재씨는 『2시간만에 40명 가량을 면접했다』며 『고령자의 경우 비교적 적은 임금에 필요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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