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피격]경찰수사 풀어야 할 과제많다

  • 입력 1997년 2월 17일 20시 15분


이한영씨 피격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수사본부(본부장 金德淳·김덕순경기지방경찰청장)는 사건 발생 3일째인 17일에도 『별로 밝혀진것이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은 간첩의 소행이라는 심증은 갖고 있지만 수사진척은 거의 안되고 있어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경찰은 아직 범인의 윤곽이나 도주경로 등 무엇하나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수사장기화를 넘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수사부진은 이번 사건이 다른 일반 형사사건과 다르다는 특수성에서 비롯된다. 일반 범죄의 경우 피해자 주변 조사를 통해 실마리를 풀어가게 마련이다. 피해자가 누구와 어떤 갈등이 있었는지를 파악하면 용의자를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일반 살인사건은 그 사람을 죽임으로써 이익이 되는 사람을 찾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살인 그 자체가 목적인 의도적 조직적 범행이라는 점에서 「단서찾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 한가지는 치밀하게 계획된 전문가의 범행이라는 점. 우발적인 살인이라면 현장에 단서를 남길 확률이 높지만 사전 예행연습을 거친 계획된 범행이라면 빈 틈을 찾기가 어렵다. 설령 「흔적」을 남겼더라도 남파 간첩이나 신원이 불확실한 고정간첩일 경우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살인혐의를 가진 간첩전과자」에 대한 자료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목격자 등 시민의 결정적 제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피격순간을 목격한 南相華(남상화)씨 등도 범인 얼굴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범인 몽타주작성이 힘들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보안과에서 가장 어려운 간첩사건과 형사과에서 가장 힘든 살인 사건이 하나로 합쳐진 사건이라 범인추적의 실마리를 찾기가 정말 힘들다』고 털어놨다. 경찰의 초동수사 미흡도 수사장기화의 원인(遠因)이다. 경찰은 이씨의 무선호출기도 사건발생 사흘째인 17일 아침에야 확보해서 수신기록 추적에 나섰다. 또 성남 인근에 대한 검문검색도 허술하다는 지적이다. 검문소마다 범인의 용모에 대해서로다른 정보를갖고 있어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 경찰 안기부 군간의 공조수사도 매끄럽지 않다. 한 경찰관계자는 『경찰과 안기부 기무사 등 수사당국간에 정보교환 등 긴밀한 수사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경찰의 사건 해결의지도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사건직후 경찰주변에서는 『간첩들이 저지른 일인데 어떻게 범인을 잡겠느냐』는 말이 많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명재·부형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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