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영 피격]귀순자들 『남의 일 같지않다』불안

  • 입력 1997년 2월 16일 19시 53분


「남의 일 같지가 않다」. 16일 아침 이한영씨의 피격소식을 접한 귀순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번 사건은 黃長燁(황장엽)노동당비서의 망명에 격분한 북한의 소행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귀순자를 끝까지 보호하지 못한 정부 당국에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창수씨(30.91년8월귀순·한국마사회유도단코치)〓충격적이다. 황비서의 망명을 저지하기 위한 북한의 소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국제적 망신이다. 어떻게 이씨 같은 사람이 아파트단지에서 간첩의 총격을 받을 수 있는가. 이번 사건은 당국이 귀순자를 이용가치가 있을 때만 보호해 주고 상품가치가 없어지면 나 몰라라 하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나도 평상시에 신변위협을 느낄 때가 있다. 이씨가 습격당했다면 나라고 안전하겠는가. ▼현성일씨(37·잠비아대사관 3등서기관 근무중 96년1월귀순)〓평소에는 관할경찰서에서 2명의 보안과형사들이 보호를 해줬는데 오늘은 4명으로 늘었다. 사건소식을 들은 뒤 불안했다. 이번 테러의 목적은 이씨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황비서에게 직접적으로 위협메시지를 전달해 망명을 포기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남명철씨(32·러시아유학 중 90년4월귀순)〓이씨의 피격소식을 듣고 불안했다. 김정일이 어떻게 해서라도 상류층의 이탈을 막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이씨는 김정일과 개인적 친분관계가 있어 지금껏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일을 저지른 것 같다. ▼한철길씨(38.94년8월 러시아 벌목공중 최초 귀순)〓솔직히 겁나고 불안하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형사들이 지켜주지만 평상시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대부분의 귀순자는 귀순한지 1년반이 지나면 담당형사도 없어진다. 직장에 다녀야 하니까 출근은 하지만 외출을 자제하고 저녁엔 가급적 문을 안 열어준다. 북한은 이씨처럼 유명한 사람을 골라 「처형」함으로써 황비서를 포함한 망명자들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형대상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려는 것으로 생각한다. ▼강철환씨(29·러시아유학중 92년8월 귀순)〓누군가 한번은 북한의 테러를 당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이런 사건이 발생하니 놀랍다. 이번 사건은 북한이 황비서에게 겁을 주기 위해 저질렀다고 본다. 〈한정진·신치영·정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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