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수사]鄭씨 「드러눕기」등 배짱에 신문 진통

  • 입력 1997년 2월 1일 20시 30분


대검중수부 검사들과 鄭泰守(정태수)한보그룹 총회장간의 한판 「기(氣)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검찰은 정씨를 설득해 스스로 입을 열도록 하는 것만이 이번 의혹사건을 조속히 매듭짓는 지름길로 판단, 정씨의 입을 열게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자물통」이란 별명을 가진 정씨는 여러번에 걸친 검찰소환조사경험으로 쌓은 노하우를 활용, 다양한 수법으로 검찰에 맞서고 있다. 현재 이 기싸움의 승패가 갈리지 않은채 서로 팽팽히 맞서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검찰측의 설명. 정씨가 검찰의 추궁을 피하기 위해 구사하는 수법은 △모르쇠 전법 △수사관 설득 △건강을 이유로 드러눕기 △도마뱀 꼬리자르기 등 다양하다. 정씨는 검사의 날카로운 신문을 요리조리 피해나가는 노하우를 나름대로 갖고 있는 어려운 상대로 악명이 높다. 지난 91년 수서사건 당시 정씨를 이틀동안 꼬박 추궁한 끝에 겨우 자백을 받아낸 鄭烘原(정홍원)부산지검 1차장 검사는 『정씨가 「기억이 없다」며 입을 꾹 닫는 바람에 애를 먹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정씨가 물증이 잡힐 경우 무조건 모른다고 하는 스타일은 아니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추궁자료를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그러나 지금 상황은 과거의 사건들과 매우 다르다. 수중에 갖고 있는 추궁자료가 워낙 빈약해 정씨를 상대로 정공법을 펴기 어렵다는 것. 자칫 아는 척하면서 넘겨짚다가는 되레 정씨에게 이쪽의 사정만 노출시킬 수 있기 때문. 그래서 1일까지 사흘 밤낮을 조사했지만 「로비의혹」이라는 본론에는 아직 접근도 못한 상황이라고 검찰관계자들은 털어놓았다. 정씨의 건강상태가 좋지않아 장시간 밀고당기기를 하기 어려운 점도 갈 길이 먼 검찰의 발목을 잡고 있다. 게다가 정씨는 조사 도중에 『부도가 나지 않을 수 있었는데 정치적인 음모로 은행이 발을 빼는 바람에 부도가 났다』며 가끔 흥분하고 있어 검찰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일단은 정씨가 격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수사에 협조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그는 『수사가 잘 풀리지 않으면 담당검사 이외에 대검중수부장이나 검찰고위관계자가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金正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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