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 심사제]울고 웃는 피의자들

입력 1997-01-06 20:12수정 2009-09-27 08:31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徐廷輔·申錫昊 기자」 구속영장실질심사제가 실시되면서 법정 안팎에서는 구속과 불구속에 따른 피의자들의 희비쌍곡선이 교차하고 있다. 지난 2일 교통사고를 내 사람을 숨지게 한 혐의로 신문을 받은 최모씨(37)는 심사가 끝나자 불구속이라고 판단했다. 최씨는 담당판사가 『사는데가 어디입니까』 『다방업을 한다는데 장사는 잘됩니까』고 묻는 등 경찰에서와는 달리 여러가지 개인적인 질문을 하자 이를 자신에 대한 호감으로 받아들인 것. 2시간 동안 싱글벙글하며 법원 당직실을 배회했던 최씨는 그러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허탈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지난 1일 영장발부를 위한 신문을 받고 구속된 이모씨(58)도 비슷한 경우. 신문을 받기 전까지 고개를 푹 숙인채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이씨는 신문이 끝나자 『마음이 편하다』며 기자에게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실질심사는 참 좋은 제도』라며 『검찰수사관들은 나에게 식사하라는 이야기 한번 안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판사가 직업 가족상황 등 개인적이고 인간적인 내용을 묻는 것은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검찰이나 경찰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됐던 피의자들에게 다소 인간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판사의 질문들이 오해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10여년간 본드를 흡입한 혐의로 영장이 청구돼 판사앞에 불려나온 이모씨(27·실내장식업)는 『투병중인 어머니 생각만 하면 답답한 심정에 나도 모르게 본드에 계속 손을 댔다』며 『오는 3월 약혼할 예정이니 선처해 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결국 영장이 발부됐다. 담당 판사는 『주거가 일정하고 직업이 확실해 구속여부에 대해 고심했으나 의지가 약해 계속 본드에 손을 댔고 전과도 많아 일단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며 발부사유를 밝혔다. 한편 간통혐의로 4일 구인장이 발부돼 신문을 받은 최모씨(49)와 박모씨(35·여)는 정반대의 경우. 박씨는 신문이 끝난 뒤 법원관계자가 『전례로 보아 간통은 대부분 구속』이라고 말하자 체념한 듯 『구속되면 어떻게 되느냐. 얼마동안이나 구속되느냐』고 묻고 아들에게 마지막 전화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약1시간 뒤 담당인 李承蓮(이승련)판사는 『직업과 주거가 일정해 불구속 사안』이라며 영장을 기각했고 이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밝은 표정으로 법원을 나섰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