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광업소 매몰사고 이모저모]

  • 입력 1996년 12월 12일 08시 22분


강원 태백시 한보에너지 통보광업소 개광이래 최대사고인 이번 사고는 광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갱내 물통(지하공동에 물과 탄이 섞여있는 곳)이 터지면서 순식간에 일어났다. ○…이번 사고는 사전 안전조치를 소홀히 해 일어난 「인재」라는 여론. 통보광업소측은 이날 갱내에서 채탄작업을 벌이기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수맥검사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에서 광원들을 투입했다는 것. 특히 일부 광원들과 가족들은 『사고가 나기 2일전부터 물이 샜다는 말이 나왔는데도 광업소측에서 안전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사고의 조짐이 이때부터 예견됐다』며 광업소측에 항의. ○…매몰광원 구조작업은 1시간에 60㎝정도 밖에 진행되지 못해 상당히 늦어질 전망. 물통이 터진 것으로 추정되는 막장과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운반갱도까지는 40m정도이지만 사고발생 10시간 이상이 지난 11일 밤 10시 현재 6m정도밖에 파들어가지 못하는 등 더디게 진행. 갱내에는 죽탄과 함께 갱목들이 뒤엉켜 있어 진입자체가 어려운데다 갱내의 공간이 사방 1m정도로 장비의 투입도 순조롭지 않은 상태. ○…매몰사고가 난 북부 갱구 앞에는 매몰자들의 가족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초조한 마음으로 대기. 이날 밤 8시20분경 갱구에서 구조작업을 벌이던 광원 1명이 갱도밖으로 나오자 가족들은 갱구안의 상황을 묻는 등 안타까운 표정. 특히 이날 밤 8시경 채탄 운반차를 통해 무너진 죽탄더미와 매몰된 광원 1명이 입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80」숫자가 찍힌 상의가 나오자 가족들이 누구의 것인지를 확인하는 소동을 벌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기도. ○…매몰된 광원 李德五(이덕오·45·태백시 한보아파트3단지)씨는 어머니(71)와 단둘이 살고 있어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경기 이천이 고향인 이씨는 지난 5월말 입사한 이후 7개월째에 사고를 당했다. ○…숨진채 발견된 김영준씨(44)와 김왕승씨(40)의 시체는 시내 장성병원영안실에 안치. 김왕승씨 부인 유경자씨(37)는 『아들과 나만 남겨놓고 먼저 가면 어떻게 사느냐』며 아들 동규군(13·황지초등학교6)을 부둥켜 안고 오열. 김영준씨의 유가족은 넋이 나간 모습으로 우두커니 서 있어 이를 지켜보는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영안실 관계자는 『김왕승씨는 오른쪽 다리가 심하게 부러져 있었고 늑골이 여러군데 골절된 상태였으며 김영준씨는 머리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함몰돼 있었다』고 말했다. ○…사고가 난 한보에너지 통보광업소는 지난 82년 개광해 월 3만7천5백t가량의 탄을 생산하고 있다. 탄질은 중질. 〈태백〓慶仁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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