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주차료 장사」물의…人道에 줄긋고 『돈내라』

  • 입력 1996년 11월 24일 01시 44분


【안양〓朴鍾熙기자】경기 안양시가 연 6억원가량의 재정수입을 노려 교통이 혼잡한 도심의 인도에까지 주차구획선을 긋고 유료 공영주차장을 만들어 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독자 金鍾博(김종박·36·안양 녹색교통위원회 위원장)씨는 23일 『안양시가 시민의 보행권까지 침해하면서 인도위에 유료주차장을 개설한 것은 위법』이라며 이의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고 동아일보에 제보해 왔다. 23일 오전 11시 안양시 만안구 안양여고네거리∼화단극장앞 인도. 지난달 26일 만안구청이 인도 한쪽에 구획선을 긋고 21대가 주차할 수 있는 유료주차장을 개설, 잔뜩 좁아진 인도로 행인들이 어렵게 통행했다. 이곳에서 80여m거리에 복개천주차장이 있으나 차량은 드물었다. 같은 시간 안양역∼만안초등교간 왕복4차로 만안로. 차도와 인도에 반씩 걸치는 개구리주차장을 인도 양쪽에 만들었으나 주차공간 대부분은 인도를 침범, 점포와 차량사이가 채 1m도 안돼 통행이 불편하기는 마찬가지. 특히 자전거통행이 불가능했다. 유모차를 끌고 이곳을 지나다 폭이 좁아 차도로 내려선 劉善姬(유선희·32·주부)씨는 『시민이 길을 다닐 수 있게 해놓고 주차장을 개설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안양시는 지난 9월 왕복 2차로 규모의 길인 안양공고뒤∼국민은행 사이에 대농노상주차장(59대 주차)을 지정했는데 이 일대는 주차장이 없어도 차들이 비켜나가기 힘겨워 하루종일 체증을 빚고 있다. 안양시가 올들어 시설관리공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는 공영주차장은 모두 28개소 2천8백73대. 지난해말까지 개인이나 단체에 위탁해 운영했으나 올들어 시설관리공단이 직영, 경비를 뺀 수입이 연 6억원가량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시규모가 비슷한 수원시가 교통혼잡을 우려해 영동시장 등 도심복개천 등지에 2백69대분의 공영주차장을 운영중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이에 대해 안양시설관리공단 全萬吉(전만길·56)관리과장은 『주차장으로 지정한 곳은 어차피 불법주차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민원이 많았다』며 『시민 모두에게 주차공간을 확보해 주려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행정심판을 낸 김씨는 『보행권을 넓히는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인데 안양시는 수입원 발굴을 이유로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행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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