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노선 편법운영 백태]신설-폐지 하룻밤새 『뚝딱』

  • 입력 1996년 10월 31일 20시 29분


선진운수의 143번은 서울시내 버스노선중 대표적인 황금노선이다. 신촌 서울역 숭실대를 지나면서 세번정도 승객들의 물갈이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회사 대표는 하루에 4백만원, 월1억원씩의 운송수익금을 빼돌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그가 빼돌린 돈이 공무원들에게 건너가 노선조정과 관련, 검은 커넥션이 형성된 것은 불문가지. 이에 반해 거여동에서 여의도를 운행하는 한서교통의 768번은 대당 하루 5만원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대표적인 빈사노선. 한서교통은 3년동안 노선폐지 신청을 하다가 결국 뇌물을 준 끝에 뜻을 이뤘다. 이처럼 어느 길을 따라가느냐에 따라 버스업계의 사활이 걸려있기 때문에 버스업자들은 황금노선을 얻기 위해 또는 지키기 위해 치열한 로비전을 벌이고 있다. 정릉∼성북구청 9.4㎞를 운행하던 대진운수 406번 도시형버스는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고 성북구청∼안암동 로터리 2㎞를 연장했다. 이 회사는 노선이 연장되면서 수입이 20%이상 늘어났다. 로비결과에 따라 시민편의보다는 업체위주로 노선이 배정되다보니 독점노선이 생기거나 하루아침에 멀쩡한 노선이 사라지는 등 희한한 경우가 허다하다. 청량리∼동이로∼명일동 을 운행하는 568번 서울승합은 중랑구에서 송파 강남으로 가는 1개업체밖에 없는 독점노선. 구청은 지난 6월 버스노선을 개편할 당시 송파 강남 방면 승객을 위해 1개 노선 정도를 신설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이 회사는 이번에 별로 이익이 없는 500번 버스(고덕동∼건대)노선의 폐지허가를 받아냈다. 구청측의 폐지반대도 소용없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서울시 노선계장과 주임에게 뇌물이 제공된 것을 밝혀냈다. 지난 7월 성북구 하월곡동∼동대문구 청량리를 운행하는 서부운수 133―1 도시형 버스는 대체노선도 없이 폐선됐다. 물론 공무원에게 뇌물이 들어갔다. 이로 인한 주민반발이 크자 시는 도화운수 442번을 다시 배정했다. 161번 도시형버스는 도시형과 좌석이 같이 다녔으나 도시형이 폐지되면서 홍제3동 주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좌석을 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야간에는 좌석이 그냥 정류장을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많아 불편을 겪고 있다. 노선을 없애지는 못하고 승객이 없는 대낮시간대에 배차간격을 최고 2배이상 늘리는 경우는 버스업체들이 사용하는 단골메뉴. 서울시정연구원에 따르면 시내버스 평균 배차간격은 6분1초지만 43개 노선을 실측한 결과 대기시간이 8분5초로 나타났다. 이밖에 밤11시를 겨우 넘긴 시간에 버스를 운행하지 않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53번 혁성운수의 경우 종전에는 11시40분경까지 다녔으나 요즘은 11시15분경만되면 차가 없어 시민들이 발을 동동 구른다. 도시형과 좌석을 같이 운행하는 50번의 경우 도시형은 잘 오지도 않아 시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좌석을 이용한다.〈尹양섭·河泰元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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