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외교부에서 로렌스 웡 총리와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6.3.2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이재명 대통령이 2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인공지능(AI), 원자력 발전 분야 협력 등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의장국인 싱가포르를 아세안 진출의 교두보를 삼는 한편,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이후 넓혀온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 외교전’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 통상질서 위협 속 ‘글로벌 사우스’ 확장
이 대통령과 웡 총리는 이날 싱가포르 외교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지난해 수교 50주년을 계기로 격상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양국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5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디지털 경제와 경제안보, 공급망 등 변화한 통상환경을 반영한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에 돌입하기로 했다.
특히 양국은 ‘AI 기본사회’로의 전환이라는 비전을 공유하며 AI 분야 협력을 고도화해 양국 모두가 혜택을 누리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AI 협력 프레임워크’ 체결을 추진해 피지컬 AI 기반 산업 혁신과 AI의 실생활 적용 공동연구·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며 “‘모두의 AI’ 비전을 이행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안보 분야에선 첨단기술에 기반한 국방 역량 강화를 위해 그간 진행해 온 첨단 방위기술 공동연구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기로 하고, 방산 분야 역시 구체적 협력을 모색했다. 이어 온라인 스캠 국제공조 협의체 등을 통해 역내 차원의 초국가 범죄 대응 공조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공공안전에 기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산업은행과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산운용 그룹인 세비오라 간 ‘투자 파트너십 MOU’ 체결과 관련해서도 이 대통령은 “한국의 유망 중소기업과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수록 양국의 동반 성장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당시 방한했던 웡 총리와 4개월 만에 재회했다. 두 정상은 공동 언론발표를 마친 뒤 악수하고 포옹하면서 친근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웡 총리에게 한국 민화를 그려넣은 도자기 접시와 남성용 한국 화장품 세트를 선물했다. 청와대는 “한국의 민화 양식에서 영감을 받은 호랑이와 싱가포르를 대표하는 사자를 중심에 배치하고, 한국과 싱가포르의 상징적 명소를 함께 담아 양국의 문화적 교류와 조화로운 공존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루쯔루이 싱가포르 총리 배우자에게는 한국 전통 유기 기법으로 제작한 서양 식기 세트과 한국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문양의 실크 스카프를 전달했다.
싱가포르는 난초 교배종 반다(Vanda)를 준비해 ‘이재명 김혜경 난(Vanda Lee Jae Myung Kim Hea Kyung)’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난초가 국화인 싱가포르는 외국 정상 등이 방문하면 새로 배양한 난초 종(種)에 방문 인사의 이름을 붙여 보관하는 전통이 있다.
● 李 “상가포르에 3억 달러 글로벌 펀드 조성”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에는 ‘AI 커넥트 서밋’에 참석해 2030년까지 싱가포르에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펀드(K-VCC)를 조성하는 한편 국가 간 경계를 허무는 공동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양국은 제한된 국토와 자원의 한계를 사람과 기술의 힘으로 극복하며 끊임없는 혁신으로 번영을 일궈낸 공통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혁신 DNA를 AI 산업으로 확장해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지평을 함께 열어가자”고 했다. 이 자리에서는 카이스트 AI 대학원과 싱가포르국립대 간 AI 연구 협력 등 7건의 AI 공동연구 및 비즈니스 협력 MOU가 체결됐다.
이 대통령과 김 여사는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 내외와 2018년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국빈 만찬을 가졌다. 이 대통령은 “남북한 대화의 장을 열고 한반도 평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에 싱가포르가 전폭적 지지를 계속해서 보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