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 손배법’ 강행]
與 상정 ‘허위정보 손배법’ 문제점… ‘허위 조작 정보’ 개념 추상적-광범위
내용 일부 틀려도 ‘허위정보’ 간주… ‘누가 결정’ 할건지도 불분명
野-일부 친여단체도 “폐기하라”
더불어민주당이 23일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며 강행 처리 수순에 들어간 가운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둘러싼 위헌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사실관계만 잘못돼도 허위 정보로 규정하는 등 규제 대상이 지나치게 넓다는 것. 또 조국혁신당 등이 요구했던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기업인 등 이른바 ‘권력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제외하는 내용은 끝내 반영되지 않으면서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한 소송 남발을 막을 장치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일부 친여 단체들에서도 “언론의 비판 감시 기능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위험이 훨씬 크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 권력자에 ‘전략적 봉쇄소송’ 남발 길 터줘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을 통한 유통금지 대상에 허위정보와 조작정보 개념을 신설해 추가했다. 내용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면 ‘허위정보’,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면 ‘조작정보’라는 것.
하지만 허위조작정보의 개념이 너무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인지 아닌지, 조작인지 아닌지를 누가 결정할 수 있나”라며 “국가가 나설 일이 아니다. 소송이 끊이지 않게 될 것이고, 법원에서도 불분명하게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재진 한양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자칫 보호해야 할 표현 행위까지도 규제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법무부는 “일부 내용이 허위인 경우 허위정보로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전체의 취지를 살펴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 부분이 중요한 부분인지를 고려하여 허위사실을 판단하고 있는 판례의 취지를 고려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핵심 내용이 사실이면 일부가 허위더라도 허위정보로 규정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정치인, 고위공무원, 기업인 등 권력자들이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민주당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비판과 감시 활동을 방해하려는 목적으로 배액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 무분별한 소송을 방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원행정처는 이 조항에 대해 “막연하고 추상적”이라고 지적했다. ‘공익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에 대한 규정이 모호한 만큼 정치인 등이 불리한 보도를 막기 위해 소송을 남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
민주당은 전략적 봉쇄소송인지 확인을 요청하면 법원이 60일 안에 결정하는 ‘중간 판결’ 제도도 안전장치로 뒀다고 주장하지만, 참여연대 등 10개 시민단체는 17일 “사실관계가 복잡한 명예훼손 사건 특성상 단기간 내에 명확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대상 언론사 기준조차 제시 안 해
‘이중 규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법원이 판결로 인정한 허위조작정보 등을 2회 이상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10억 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기 때문이다. 법원행정처 역시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특히 개정안이 사실상 언론사와 그 유튜브 채널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최소한의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배액배상 대상이 되는 언론 등의 정보게재 수와 구독자 수, 조회수 기준을 모두 대통령령으로 위임한 것이다.
야당은 물론이고 친여 단체로 분류되는 참여연대에서도 위헌 소지를 지적하며 즉각 폐기를 촉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24일 법안 처리를 강행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언론과 각을 세워 온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언론개혁’의 일환으로 추진해 온 법안인 만큼 우군의 반대에도 강행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언론인이 기사 작성에 있어 혹시 많은 금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휘말리지 않을까 자기검열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밖에 없기에 위헌”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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