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지난 5일 5000톤급 신형 구축함인 ‘최현’호를 방문한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지난달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와 함께 중국을 방문하며 ‘후계자’ 입지를 다졌던 주애가 최근 김 총비서의 광폭 행보에 동행하지 않고 한 달 넘게 두문불출하고 있다. 주애가 ‘노동당 창건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낼지가 9일 주목된다.
주애는 지난달 김 총비서의 방중길에 동행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최고지도자의 자녀가 중국을 찾는 것은 전례로 봤을 때는 ‘후계자 신고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북한은 주애를 중국 방문 인사로 공식 발표하진 않았지만,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역에 도착한 김 총비서 뒤로 주애가 서 있는 장면이 북한 매체 등을 통해 확인됐다.
주애는 지난 2022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현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첫 등장 이후 한동안은 김 총비서의 군 관련 행보에만 주로 동행하던 주애는 해가 갈수록 민생·경제 관련 일정까지 보폭을 넓히다 지난 5월에는 김 총비서와 함께 평양 주재 러시아대사관에 방문하며 ‘외교 무대’까지 활동폭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다 지난달 김 총비서와 중국을 찾으면서 주애가 후계자로 확정된 것이라는 평가가 힘을 얻은 것이다.
지난 2023년 9월 8일 개최된 ‘정권수립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총비서 옆에 나란히 앉은 주애의 모습. (평양 노동신문=뉴스1) 그런데 주애는 지난달 2일 베이징역에 도착할 때와 모든 일정이 끝난 뒤 5일 평양에 복귀하면서 북한 매체에 모습이 노출된 이후 한 번도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김 총비서는 당 창건 80주년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광폭 행보를 보여왔다.
그는 지난 4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5’을 열고 신형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화성-11마’ 등 각종 신형 무기를 공개했다. 이튿날인 5일에는 신형 구축함인 ‘최현’호를 찾아 “해군 전력의 전면적이고 가속적인 투쟁”을 강조하는 등 강화된 군사력을 과시하는 위력 시위를 했다.
추석 당일이었던 지난 6일에는 2020년 착공 후 5년 만에 완공한 평양종합병원 준공식에 참석해 국가의 ‘보건 현대화’ 정책을 역설하며 민심을 챙겼다. 전반적으로 김 총비서의 지도에 따라 ‘더 강한 나라’가 됐음을 주민들에게 선전하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이런 성격의 공개활동은 주애가 후계자라면 충분히 동행할 수 있는 행사로 보이지만, 주애는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올해 80주년을 맞아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당 창건 행사의 주목도를 최고지도자에게 오롯이 집중시키기 위해 주애를 동행시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김 총비서는 내치용 각종 시찰 외에도 라오스 주석과의 정상회담 등 외치도 챙기며 국가의 모든 중대 사안을 자신이 총괄하고 있음을 부각하고 있다.
다만 모든 사전 일정이 끝난 뒤 이뤄질 ‘본행사’ 성격의 군 열병식 등에는 주애가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애는 지난 2023년 2월 8일 ‘건군절 75주년’ 열병식 때도 김 총비서와 나란히 앉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을 비롯한 신형 무기들이 공개되는 장면을 지켜봤다.
같은 해 9월 8일 개최된 ‘정권 수립 75주년’ 열병식에서는 주석단에 올랐는데, 당시 군 장성들이 주애 앞에 무릎을 꿇고 경례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올해 열병식에는 ‘러시아의 2인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 ‘중국의 2인자’ 리창 국무원 총리 등 외국 귀빈들이 대거 참석하는데, 만약 주애가 김 총비서를 따라 외빈들과 함께 선 그림이 포착된다면 다시 한번 북한의 후계자가 주애로 굳어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것으로 예상된다.
열병식은 이날 늦은 저녁 혹은 10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부터 주요 기념일 전날 늦은 저녁 혹은 당일 0시에 화려한 조명과 불꽃놀이 등을 동원한 심야 열병식을 진행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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