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신당 통합 좌초…이준석, 나를 지우려 일찍부터 기획”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0일 1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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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 뉴스1
제3지대 5개 세력이 뭉친 ‘개혁신당’의 이낙연 공동대표가 총선을 50일 앞두고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의 결별을 선언했다. 통합 선언 11일 만이다.

이낙연 대표는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새로운미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이같이 밝혔다. 이낙연 대표는 전날(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기존에 사용한 당명인 새로운미래로 당을 등록하며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아왔고 이날 결별을 공식적으로 공포했다.

이낙연 대표는 “신당통합은 정치개혁의 기반으로서 필요했고, 설 연휴 이전에 이루고 싶었다”며 “그래서 크게 양보하며 통합을 서둘렀지만 여러 문제에 부딪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저는 그런 문제에 ▲통합을 유지한다 ▲통합주체들의 합의를 지킨다 ▲민주주의 정신을 존중한다는 세 가지 원칙으로 대처했다”며 “그러나 통합주체들의 합의는 부서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준석 대표를 겨냥해 “전날(19일)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 표결로 강행 처리됐다”며 “민주주의 정신은 훼손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 배제하려 했다”며 “낙인, 혐오,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고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고 했다. 이어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낙연 대표는 “법적 합당 이전에 신당 판도가 분명해진 것은 불행 중 다행일지도 모른다. 불확실성은 긴 것보다 짧은 것이 좋기 때문”이라며 “도덕적·법적 문제에 짓눌리고 1인 정당으로 추락해 정권 견제도 정권 교체도 어려워진 민주당을 대신하는 ‘진짜 민주당’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능하고 타락한 거대양당의 독점적 정치구도를 깨고 진영보다 국가, 정치인보다 국민을 먼저 보호하는 본격 대안 정당을 만들겠다”며 “기득권 정당의 투쟁 일변도(一邊倒) 정치를 흉내내지 않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를 대표자로 한 ‘새로운미래’가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식 정당으로 인정받았다. 선관위 홈페이지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를 대표자로 한 ‘새로운미래’가 19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정식 정당으로 인정받았다. 선관위 홈페이지 갈무리


앞서 이낙연 대표와 이준석 공동대표는 전날(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총선 지휘권을 놓고 정면충돌 했는데, 이준석 대표 측은 “이준석 대표와 공동정책위의장의 결정에 따라 당의 선거 캠페인과 정책을 결정한다”는 내용의 ‘선거 캠페인 및 정책 결정 위임 안건’을 이준석 대표, 양향자 원내대표, 금태섭·조응천 최고위원 등 4명의 다수결 찬성으로 의결했다.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낙연 대표의 권한 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내용으로, 이낙연 대표 측이 이미 한 차례 거절했던 안건이다. 이에 이낙연 대표와 김종민 의원은 반발하며 표결을 거부하고 회의장에서 먼저 나왔고 이낙연 대표 측은 이 표결을 두고 ‘이준석 사당화’, ‘전두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비난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의 상황은 제가 정치를 하거나 학생 운동 할 때부터 시작해서 어떤 회의나 모임에서 처음 겪어보는 일”이라며 “최고위원의 모든 권한을 한 사람에게 위임한다는 내용 자체가 위헌적 결정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낙연 대표는 “저는 전날 회의에서 ‘이 안건은 최고위원회의 표결 사항이 아니고, 통합 주체들의 합의를 최고위의 의결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중대한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니 오늘 중에라도 정치적 조정을 해보자. 나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제안했다”며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제안했는데 묵살됐다”고 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전날 회의 상황에서 다른 분들이 다 ‘안건을 통과시키자’며 아무 말을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사전에 뭔가 결심을 한 것이 아닌가’라는 확신을 하게 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의심을 뒷받침하게 된 것이 오전에 의결을 하고 서로 마음에 상처가 있고 갈등이 생겼으면 오후에 대화로 오해를 푸는 과정이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이준석 대표는 오후에 기자들을 만나서 ‘김종민·이낙연 그만두면 천하람·이원욱 두 사람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고 김종인 전 대표 찾아가 전권을 주고 공관위원장 맡도록 읍소하겠다’고 말했다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니 이 과정을 위해 오전 회의가 있었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이런 식으로 기획을 해서 몰아내는 대상으로 삼는 것은 우리가 합의한 제3지대 통합정당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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