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인권침해 전세계 공론화…한국판 홀로코스트 박물관 건립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26일 13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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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외교·법무부, 북한인권 증진 종합계획 수립
이산가족 실태조사 주기 5→3년으로, 내년 실시
인권정책협의회 정례화…남북인권대화 개최 추진

북한의 인권 침해 실상을 전세계에 공론화하기 위해 한국판 홀로코스트 박물관인 ‘국립북한인권센터’를 서울 마곡동 일대에 건립한다. 북한인권보고서는 내년 6월 국·영문 동시 발간한다.

이산가족 법정 실태조사는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2년 앞당겨 내년 실시한다. 해외 이산가족과 탈북민 대상 유전자 검사는 확대 추진한다.

통일부와 외교부, 법무부는 26일 이같은 내용의 ‘북한인권 증진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북한인권 증진을 위한 일종의 ‘로드맵(청사진)’이다.

2016년 9월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의해 수립하는 3개년 법정계획인 ‘북한인권 증진 기본계획’의 3차(2023~2025년) 계획을 북한인권 증진 자문위원회의 미(未)가동으로 수립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고육책인 셈이다.

구체적으로는 ‘자유와 인권이 보장되는 통일미래 구현’이라는 비전 하에 ‘북한 주민의 인권 의식 제고’와 ‘북한 당국의 인권 친화적 정책 견인’을 목표로 총 8개 과제를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북한의 인권침해 사안에 대한 실효적 책임 규명과 북한 주민의 정보 접근권 강화를 통해 북한 당국의 변화를 꾀한 점이 만료된 2차(2020~2022) 계획과는 차별화된다. 기존 이산가족 문제의 하부 과제이던 납북자·억류자 현안을 본 과제로 독립시켰다는 점도 눈에 띈다.

◇마곡에 46억 들여 센터 건립…北 주민 정보 접근권 강화

정부는 장기적이고 심각한 북한인권 실상을 국내·외에 널리 알려 그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북한인권 증진이 통일미래를 앞당기기 위한 최우선 해결 사안이란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나가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북한인권 실상 알리기의 핵심 허브로서 내년 46억원을 들여 서울 마곡동 일대에 ‘국립북한인권센터’를 짓는다. 센터장은 시민사회와의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해 민간 출신 개방형 직위로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센터는 민관이 소장한 북한인권 자료를 전시하고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국제회의·행사 장소로도 제공해 북한인권 커뮤니티 활성화를 지원한다.

통일부 당국자는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아직 도장만 안 찍었을 뿐, 마곡 부지가 최적지임을 확인해 매입이 거의 확정적”이라며 “센터장 임명까지 구체화된 것은 없으나 이를 포함한 운영 전반에 관한 계획을 내년도에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인권 침해 실태는 보다 체계적으로 조사·기록한다.

그 과정에서 하나원 입소 탈북민 조사와 문헌·영상·공간정보 등을 통한 정보 수집을 다변화한다. 국내·외 언론 및 NGO·국제기구·외국공관 대상 브리핑 등 정보 공개·확산도 확대한다.

장기적으로는 통일 이후 과거 자행된 인권 침해의 책임을 묻는 사법 절차에서 조사 기록 자료를 기초자료로 이용한다는 복안이다.

북한인권보고서는 기존대로 연례 발간한다. 특히 내년도부터 시각화 자료를 추가해 국·영문본을 동시 발간한다. 이 당국자는 “기존 텍스트 중심 보고서의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시각화까지 감안해 내년 6월달 국·영문을 같이 (발간)할 생각”이라며 “기존 체계는 거의 유지하되 코로나19 상황에서의 북한 인권, 강제북송, 반동사상문화배격법, 해외파견 노동자 등 새로운 이슈·주제를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 주민이 그들이 처한 인권 실상을 제대로 깨닫도록 민간 차원의 콘텐츠 개발 등 다각적 사업·활동을 지원하고 국제사회에도 적극 알린다.

이 당국자는 “북한 내부의 사실(팩트)이 활발하게 교류되고 있지 않지만 간접적으로라도 그 내용이 (북한 주민들에게)전달된다면 기존에 비해 전향적인 방향으로 유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북한 주민이 국경에 관계없이 어떠한 매체를 통해서도 정보와 사상에 접근할 수 있고 전달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게 장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이산가족·탈북민 유전자 검사 확대…인도 지원 준비 및 제도 정비

이산가족의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해 법정 실태조사를 2년 앞당겨 내년에 실시한다. 이산가족 실태조사는 ‘남북 이산가족 생사확인 및 교류 촉진에 관한 법률’(이산가족법)에 따라 그간 5년마다 실시돼 왔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산가족의 연령대가 80대를 넘어선 절박성 때문에 5년 단위 실태조사는 길다고 판단했다”면서 “3년으로 2년 단축해 내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산 2~3세대 및 해외 이산가족과 탈북민 대상 유전자 검사는 확대 추진한다.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 서신 교환, 대면 상봉, 고향 방문 등 다양한 이산가족 교류 방안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생사 확인 및 송환 요청은 정례화한다. 미국·일본과 유사입장국 등 국제사회의 협력도 강화한다.

정부는 또 북한인권 정책 추진 기반을 강화한다.

국회와 협력해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견인하고 운영을 본격화해 북한인권 커뮤니티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구심점 역할을 수행케 한다. 출범 지연 시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운영과 민간단체 북한인권 증진 활동 지원을 통해 그 역할을 대행할 방침이다.

북한인권 범정부 협의체인 북한인권정책협의회는 정례화해 유관부처별 북한인권 정책을 긴밀하게 협의·조정한다.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대북 인도 지원은 정치·군사적 고려 없이 일관되게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 1년 내 식량난과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 시 긴급구호를 신속하게 실시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대북 인도 지원이 투명하고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도 정비한다.

중기적으로 유니세프·세계식량계획·세계보건기구 등 국제기구를 통한 여성·장애인·아동 등 대북 취약계층 대상 인도 지원 재개를 검토하고 북한 내 상주공관 운영국 등과 인도 지원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장기적으로는 대북 인도 지원을 위한 국제신탁기금을 조성하고 국제기구와 북한 주민의 민생개선 기술협력 사업을 실시한다.

아울러 북한 당국에 인권침해 중단을 지속 촉구한다. 북한이 대화 호응 시 포괄적 차원의 ‘남북인권대화’ 양자 및 다자 개최와 제도화를 추진한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로드맵인 탓에 구속성·연속성이 전혀 없어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북한 주민의 실질적인 인권 향상을 위해선 북한 당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도 한계다.

일각에서는 로드맵을 법정계획으로 만들기 위한 법 개정 추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특정 정부의 북한인권 관심 정도를 떠나 그간 민간 차원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돼 왔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면서 “로드맵의 기본계획화 내지 법 개정보다는 자문위원회가 구성되면 이런 계획을 포함하는 게 더 실효적인 해결 방안에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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