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포기한댔는데 의원들 냉담…혁신안 불발에 리더십 또 흔들

  • 뉴시스
  • 입력 2023년 7월 14일 1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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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체포특권 포기' 당내 이견으로 사실상 불발
원내대표까지 나서 호소했지만 내분만 표면화
정치적 승부수 던진 이 대표 리더십 시험대 올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1호 혁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 수용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짓지 못했다. 당 지도부까지 나서 추인을 당부했지만 이견으로 사실상 불발된 것이다.

계파·진영 갈등이 또다시 표면화하는 것이냐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이재명 대표는 또 한 번 리더십에 타격을 입은 모양새다.

혁신안을 놓고 민주당 내에서는 국민 눈높이에 맞춰 혁신안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찬성론과 검찰에 무분별한 영장청구 빌미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반대론이 맞붙었다. 민주당은 “논의를 계속하며 충실한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전하며 사실상 1호 혁신안을 수용하지 않은 셈이다. 이로 인해 민주당 개혁 의지가 의심을 사고, 김은경 혁신위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1호 혁신안으로 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서 제출과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요구한 바 있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26일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에 대해 “의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며 결정을 미뤘는데 최근 협의를 통해 국민적 요구가 크다고 보고 수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총 모두발언에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선 (의원들이)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 선언했으면 한다”며 “혁신위가 제안한 제1호 쇄신안을 추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내년 총선은 확장성의 싸움이고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다운 윤리 정당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며 “이는(불체포특권 포기는)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술렁였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했다. 강훈식 의원 등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혁신을 이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주당의 개혁 의지를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반면 불체포특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로, 당론으로 이를 포기하는 것을 가결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설훈 의원은 “불체포 특권을 거부하면 검찰의 야당 탄압 계기가 될 수 있고 그동안 검찰을 비판해 온 것과 모순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검찰이 민주당 인사들에게 과도하게 영장을 청구해 왔던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논의를 계속하며 충실한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의견차가 커 당론으로 채택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호 혁신안이 사실상 거부되며 이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 대표가 스스로 내놓은 혁신안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1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그는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겠다”고 했다. 당시 사전 배포된 연설문에도 없었던 깜짝 발언이었다.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두고 ‘방탄 논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그리고 다음 날 혁신위가 출범했고, 사흘 만에 내놓은 1호 혁신안이 ‘불체포특권 포기’건이다.

민주당의 위기는 복합적으로 더해지는 국면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의 코인 보유·거래 의혹 등 당내에서 불거진 비리와 수박 논쟁 등 계파 갈등이 계속되며 좀처럼 지지율이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이 대표가 신속하고 단호한 대처를 하지 못한다는 평가와 함께 “재신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 내분이 계속 부각되며 비이재명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5선 중진의 이상민 의원은 14일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불체포특권 포기는)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국민들 앞에 약속했던 것인데 이후 지켜지지 않으면서 방패정당이라는 꾸지람을 들었다”며 “그러면 국민에게 지탄받고 있는 불체포특권이라는 것을 과감히 내려놓겠다 해야 한다. 혁신위에서도 1호 안건으로 했고 원내대표까지도 간곡히 요청했다. 더한 것도 하겠다는 각오를 보여줬어야 하는데 매우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다”고 말했다.

또, 한 민주당 의원은 “불체포특권 포기는 대표 사퇴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던 시점에 이 대표가 승부수를 띄우며 과감하게 돌파한 사항”이라며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느냐 가 이 대표의 지도력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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