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일성 초상화 가리켰다며 임신부 공개처형… 생체실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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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北인권보고서 첫 공개 출간
탈북민 508명 상세면담 내용 바탕
“처형땐 머리-가슴-다리에 3발씩
韓드라마-아편 청소년도 총살”

“한 여성이 춤을 추면서 손가락으로 ‘김일성 초상화’를 가리켰다. 이후 이 여성은 공개 처형됐다. 사상이 불온하다는 이유였다. 처형 당시 여성은 임신 6개월이었다….”

31일 공개된 정부의 ‘2023 북한 인권보고서’에는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번 보고서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로 입국한 탈북민 508명과의 상세한 면담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2018년 이후 보고서는 매년 발간됐지만 외부에 공개된 건 올해가 처음이다.

● “정신질환자 생체실험” 증언도
445쪽 분량의 보고서에는 북한이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주민들을 처형한 사례가 적잖게 담겨 있다.

양강도에 살던 한 남성은 2020년 한국 드라마가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를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했다는 이유로 공개 총살됐다. 한 주민은 2018년 평안남도의 시장 뒷골목에서 하이힐과 화장품 등 한국 제품을 팔다가 체포돼 총살됐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던 2020년 이후로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방역을 위한) 봉쇄지역에 출입하면 발견 즉시 사살한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북한에서 총살은 처형 대상자를 기둥에 묶은 뒤 머리, 가슴, 다리에 3발씩 총 9발을 발사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미성년자나 임신부들도 예외 없이 처형됐다. 2015년에는 강원 원산시에서 고급중학교를 졸업한 16, 17세 청소년 6명이 총살됐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한국 영상물을 시청하고 아편을 피웠다는 이유였다. 2014년에는 중국에서 강제 송환된 여성이 구금시설에서 낳은 아기를 중국 아이란 이유로 태어나자마자 교도관이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살아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생체실험이 공공연하게 자행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스스로 의사 표현을 하기 힘든 정신질환자나 지적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83호 병원’이란 곳에서 생체실험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탈북민들이 증언한 실상은 북한이 국제사회에 소명해 온 내용과는 전혀 달랐다. 앞서 북한은 2019년 3월 유엔의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 보고서에서 “사형은 극악 범죄에만 적용되고, 18세 미만과 임신한 여성에겐 사형이 집행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 국군포로, 탄광·농장서 노역
국군포로 수십명과 가족들은 주로 함경북도 무산군과 함경남도 단천시에 거주하면서 탄광과 농장에서 노역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3호’라는 명칭으로 불리며 북한 당국의 별도 감시를 받고 있는 국군포로들은 본인뿐 아니라 가족들도 대학 입학, 군 입대, 노동당 입당을 할 수 없다고 한다. 국내에 있는 가족들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로 만난 뒤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도 당국의 감시와 차별을 받았다는 증언도 있었다.

보고서는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가 11곳이지만 현재 운영되는 시설은 5곳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수용자는 광산에 배치돼 강도 높은 노동을 하거나, 재판을 거쳐 공개 처형된 것으로 조사됐다.김정은 정권을 평가하는 발언을 했다는 ‘말반동’을 이유로 체포되거나 수감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탈북민들은 국제사회로부터 지원받은 식량을 배급으로 받아본 적은 거의 없다고 증언했다. 지원 식량 대부분은 인민군대, 보위부, 안전부, 군수공장에 공급됐다는 것. 북한의 시장인 ‘장마당’에서 팔리는 쌀포대에 ‘대한민국’ ‘USA’라고 적혀 있는 걸 보고 국제사회의 식량 지원 사실을 알게 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북한 인권보고서#공개처형#생체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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