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망국적 야합 탄핵 사유” 與 “노무현도 日 하수인”…한일 정상회담 공방격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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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3.20/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외교를 두고 “헌법상의 책임” 문제를 거론하고 나섰다. 당 내 강경파에선 ‘대통령 탄핵’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소집도 요구했다. 또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 및 탄핵 소추 방안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2007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제동원 피해자에게 위로금을 지급했던 것을 꺼내들며 “민주당 논리라면 노 전 대통령도 일본 하수인”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주 이재명 대표 기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민주당의 ‘친일’ 공세와 국민의힘의 ‘방탄’ 역공이 정면 충돌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 박진 해임건의·탄핵 검토, 尹 탄핵 주장도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강제동원 배상, 지소미아,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소 외에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문제까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올랐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충격적인 일”이라며 “영토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헌법상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권의 대일 굴욕외교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 국회가 강력한 조치에 나서야 한다”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망국적 야합에 대한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운영위를 열어) 대통령실의 책임을 분명히 따져 묻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당 회의 직후 정의당과 함께 21일 국회 운영위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진 외교부 장관,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 등을 ‘외교 참사 3인방’으로 규정하고 “분명한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주장까지 나왔다. 당내 강경파 초선 모임 ‘처럼회’ 소속 김용민 의원은 이날 B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정상회담 발언 등이) 위임받은 권한의 범위를 넘은 헌법 위반 행위”라며 “탄핵 사유에 충분히 해당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이 헌법 전문에 포함된 3·1운동 정신을 식민지배 정당화로 위반하고,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에 관한 판결을 부정해 삼권분립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것.

민주당은 ‘굴욕외교’를 키워드로 원내외 총공세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시민단체에서 주도하는 굴욕외교 규탄집회에 추가로 참석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與 “민주당 논리면 노무현 전 대통령도 日 하수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3.3.20/뉴스1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국가재정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대위 지급하도록 법률까지 제정했다”며 “노 전 대통령이 하면 애국이고 윤 대통령이 하면 굴욕이라는 민주당의 해괴망측한 주장은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민주당의 ‘반일’ 공세가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방탄용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닥치고 반일몰이’가 민주당의 마르지 않는 지지 화수분이라도 되는 모양”이라며 “너덜너덜해진 방탄조끼를 반일 몰이로 꿰매서 흔들리는 (이 대표의) 리더십을 다시 잡고 비난 여론을 잠재우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익과 안보까지 방탄의 도구로 사용하는 민주당이야말로 망국의 장본인”이라고 했다.

다만 당 내에서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닥치고 반일’도 안 되지만 역사를 부정하는 친일도 안 된다”며 “과거사에서 일본이 가해자, 우리가 피해자였다는 역사적 진실은 변할 수 없다. 피해자가 왜 가해자의 마음을 열어야 하나”고 썼다.

김은지기자 eunji@donga.com
권구용기자 9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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