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손가락질’ 받은 北 내각총리…역설적인 ‘신뢰감’ 표시

  • 뉴스1
  • 입력 2023년 2월 21일 08시 42분


북한 김덕훈 내각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17일에 열린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에서 내각팀의 패색이 짙어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모습.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그를 가리키며 놀리듯 큰 웃음을 짓고 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 News1
북한 김덕훈 내각총리(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 17일에 열린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에서 내각팀의 패색이 짙어지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은 모습.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그를 가리키며 놀리듯 큰 웃음을 짓고 있다. 조선중앙tv 갈무리 ⓒ News1
북한의 최고위급 간부가 공개석상에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다. 자칫 간부 생명에 ‘위험 신호’가 될 수 있는 주목을 받은 주인공은 김덕훈 내각총리다.

김 총리는 지난 17일 진행된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에 열린 체육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았다. 김정은 총비서가 딸 김주애와 함께 관람한 그 체육경기다.

내각을 이끌고 있는 김 총리는 김주애의 바로 옆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그 누구보다도 열성적으로 자신의 직원들의 승리를 기원하면서다.

조선중앙TV의 관련 보도 영상을 보면 축구경기를 관람하던 그는 경기 도중 자리에서 뛰듯이 일어나 박수를 치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하는 등 열성적으로 응원에 임했다. 김 총리 외에 이런 모습을 보인 간부는 아무도 없었다.

김주애가 펄펄 뛰는 김 총리를 보며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곁눈질을 하는 듯한 모습도 중앙TV의 화면에 포착됐다.

전반에 선제골을 뺏긴 내각팀은 후반 페널티킥으로 동점을 이뤄냈다. 하프타임 때 내각팀의 라커룸을 찾아 격려한 김 총리는 골이 들어가자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고, 김 총비서는 그를 바라보며 파안대소를 했다.

그러나 국방성팀의 연이은 골로 결국 내각팀은 경기에서 3대 1로 패배했다. 국방성팀의 마지막 골이 들어가 승부가 사실상 결정나자 서서 응원하던 김 총리는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자리에 앉아 새침한 표정으로 의자를 뒤로 쑥 빼서 앉았다.

김 총비서는 이런 김 총리를 놀리듯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시 한번 파안대소를 했고 김 총리 옆에 앉은 조용원 당 조직비서도 ‘웃겨 죽겠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참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체육경기에서 확인된 김 총비서의 ‘손가락질’은 김덕훈 총리에 대한 질책 등 부정적 표현이 아닌 ‘강한 신뢰감’이 더 진하게 표출된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최고지도자 부녀 앞에서도 전혀 주눅들거나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신 선보였고, 김 총비서 역시 이를 불편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김 총리는 김 총비서 부녀가 체육경기장에 도착했을 때도 간부들 중에 가장 앞에 나서 영접을 했으며 두 부녀와 나란히 서서 가장 앞에서 경기장에 입장하기도 했다. 전국에 방송되는 조선중앙TV가 이러한 장면들을 노출한 것 역시 현재 김 총리의 입지가 꽤 높고 공고함을 보여 준다.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지난 17일에 열린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 관람을 위해 김정은 총비서와 그의 딸 김주애와 나란히 서서 입장하는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 News1
김덕훈 북한 내각총리가 지난 17일에 열린 내각과 국방성 직원들 간의 체육경기 관람을 위해 김정은 총비서와 그의 딸 김주애와 나란히 서서 입장하는 모습. 조선중앙TV 갈무리 ⓒ News1


김덕훈은 당 경제부장, 내각부총리를 거치고 지난 2020년 8월 내각총리에 임명된 북한의 경제 엘리트다.

그는 북한이 ‘하노이 결렬’로 인해 비핵화 협상에서 철수한 뒤 ‘자력갱생’ 기조를 세우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경을 ‘봉쇄’하는 등 쉽지 않은 여건에서 총리직을 맡았다.

그러나 총리직 임명 후 한 번의 부침이 없이 지속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신뢰를 받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021년 8차 노동당 대회 때 확정된 ‘국가경제 발전 5개년 계획’의 핵심 내용을 제기하고 이후 평양 5만 세대 살림집 건설과 ‘주타격전방’ 농업 등 북한의 핵심 경제사업 전반을 총괄하고 있다.

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정치국에서 김 총비서와 나란히 상무위원이자 국무위원회의 유일한 부위원장이기도 한 그는 북한의 공식 서열 ‘3위’에 해당하는 입지를 가진 간부라는 평가도 받는다.

김 총비서는 계속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를 계속 신임하면서 주요 당 행사에서도 상석에 앉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김덕훈 내각’의 성과가 분명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김 총리에 대한 이러한 신뢰는 현재 진행 중인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과거에도 전형적인 ‘경제 엘리트’인 박봉주를 내각총리에 장기 기용한 점을 들어 김덕훈 역시 상당 기간 신임을 받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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