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소환길 동행하려 회의 앞당긴 민주당…李, 의원 40여명과 일일이 악수 [정치 인&아웃]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0일 16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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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가 작습니다. 쫄았습니까!“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10일 오전 경기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신을 향해 큰 소리로 항의하는 시민을 향해 검지를 입술에 갖다대며 “쉿!”이라고 응수했다.

이 대표가 검찰 포토라인에 선 것은 2018년 ‘친형 강제입원’ 논란 이후 약 4년 만. 이날 오전 10시 33분 청사 앞 포토라인에 선 이 대표는 보수 성향 유튜버들로부터 “변명하지마” “반성해” 등의 야유가 쏟아지자 1분 넘게 발언을 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켰다.

“좀 조용해진 것 같네요”라며 운을 뗀 이 대표는 품에서 미리 준비해 온 A4 용지 반 장 크기 8장을 꺼내들고 약 10분에 걸쳐 읽어 내려갔다.

이 대표는 “오늘 이 자리는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무리한 정권의 역주행을 이겨내고 역사는 전진한다는 명백한 진리를 증명한 역사의 변곡점으로 기록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에 기업들을 유치해서 세수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만든 일이, 성남시민구단 직원들이 광고를 유치해서 성남시민의 세금을 아낀 일이 과연 비난 받을 일인가”라며 “수년간 수사를 해서 무혐의로 처분된 사건을 다시 그집어내서 없는 사건을 만드는, 없는 죄를 조작하는 사법 쿠데타”라고 결백하다는 취지로 성토하기도 했다.

해당 원고는 이 대표가 전날까지 변호인과의 협의를 거쳐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 대표의 출석 현장에는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를 비롯해 현직 의원만 40여 명이 동행했다. 의원들 중 일부는 기존에 잡혀 있던 지역구 일정 등을 취소하고 검찰 출석에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식 사무총장, 정청래 수석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도착하기 20분 전에 먼저 현장에 도착해 이 대표를 기다렸다. 이를 위해 당 지도부는 당초 오전 9시 30분부터 열리는 당 원내대책회의 시간을 8시 50분으로 앞당겨 진행하고 공개회의도 이례적으로 빠르게 14분 만에 마무리했다.

이들은 정문 앞에서 대기 중이던 ‘개딸’ 등 지지자들과 함께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 대표가 현장에 도착하자 임오경 대변인은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입장문을 읽은 뒤 들어가기 전 뒤에 서 있던 의원들과 한 명 한 명 눈을 마주하고 악수를 건넸다. 이 대표를 청사 현관 앞까지 배웅한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우리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 이재명에 대한 정치개악, 보복수사라고 규정을 하고 이 자리에 함께 온 것”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도 “김건희 여사도 반드시 검찰 출석한 그 모습을 저희가 보여드리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가 출석한 뒤에도 국회로 돌아가지 않고 청사 일대에서 대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출석 전 마지막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전날 비공개 회의에서 “조용히 혼자 다녀오겠다”고 발언했지만, 최고위원들이 “대표 혼자 당하는 일이 아니니 함께 가겠다”고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 관계자는 “의원들 중에도 함께 하고 싶으니 일정을 공지해 달라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이 대표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의원들이 얼마나 많았겠느냐”고 말했다.


성남=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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