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선제적 핵공격’ 위협후 첫 ICBM 발사… 본격 도발 신호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5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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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尹정부 출범 6일전 ICBM 시위… ‘선제 핵공격’ 위협후 첫 도발
평양 순안일대서 발사… 동해 낙하… 軍, 성능 검증된 화성-15형 추정
尹정부 출범 엿새 전 무력시위… 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 중 도발
尹 취임일 전후 7차 핵실험 가능성… 바이든 방한 겨냥 도발수위 높일듯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 당시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사진. 뉴시스
북한이 2017년 11월 발사 당시 공개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사진. 뉴시스
북한이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동해상으로 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엿새 전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와중에 고강도 무력시위를 강행한 것이다. 김일성 생일(4월 15일)과 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열병식 등 4월 주요 정치 행사를 마무리한 북한이 한국의 새 정부 출범(10일)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21일)을 겨냥해 본격적인 전략도발 수순에 돌입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ICBM 사거리 줄여…다목적 도발 가능성

군에 따르면 4일 낮 12시 3분경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이 동해로 발사됐다. 미사일은 최대속도 마하 11(음속의 11배), 정점고도 780km로 약 470km를 날아가 해상에 낙하했다. 순안 지역은 올 들어 북한이 4차례에 걸쳐 화성-15·17형 ICBM을 쏜 곳이다. 앞서 북한은 2월 27일과 3월 5일 순안비행장에서 ‘괴물 ICBM’인 화성-17형을 쏘고서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군 소식통은 “며칠 전부터 발사 징후를 주시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동해상으로 날아온 미 공군의 코브라볼(RC-135S) 정찰기도 발사 상황과 비행궤적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번에도 북한이 ICBM 사거리를 줄여서 쏜 걸로 보고 있다. 다만 북한은 이번 도발을 군사 정찰위성을 저궤도(500∼800km)에 띄우기 위한 장거리로켓(우주발사체) 시험발사라고 다시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3월 국가우주개발국을 방문해 5년 안에 정찰위성을 다량 배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장거리로켓은 ICBM과 동일한 기술이 적용되는 점에서 미 본토를 사정권에 둔 ‘ICBM 고도화’ 작업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많다. 군 당국자는 “유사시 ICBM을 고각(高角)으로 사거리를 줄여 쏴 서울 등 수도권의 100km 상공에서 터뜨려 핵전자기파(EMP) 공격을 테스트하는 작업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이 쏜 ICBM을 화성-15형으로 추정하고 있다. 3월 15일 발사 직후 공중 폭발한 신형 ICBM인 화성-17형보다는 성능이 검증된 15형을 우주발사체 시험발사에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5월 ‘집중 도발’ 신호탄

이번 발사는 김 위원장이 지난달 25일 열병식에서 ‘선제적 핵공격’을 언급한 이후 첫 도발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김일성 생일 등 4월에 주요 경축 행사를 마친 북한이 고강도 도발 드라이브를 개시하는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

특히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를 향한 경고 메시지로 풀이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날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국방백서 등에 북한군과 북한 정권을 ‘적(敵)’으로 명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한미 연합 야외기동훈련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대북정책 핵심 목표로 삼겠다고도 했다. 북한이 이날 미사일을 쐈을 땐 국회에서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기도 했다.

북한이 중국 측 북핵 수석대표의 방한 일정 중 보란 듯 미사일을 날렸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방한 중인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날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와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내정자 등을 잇달아 면담했다. 류 대표는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기자들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며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북한이 새 정부 출범 전후로 7차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방한(20일)과 한미 정상회담(21일)을 겨냥해 도발 수위를 점차 높여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청와대는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했다. 인수위도 “중대한 도발”이라고 강력 규탄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보다 근본적 억제 대책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김정은#선제적 핵공격#icbm 발사#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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