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증맞은 몸” “말 같은 소리하라”…자정까지 국회 채운 고성과 삿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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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5월 1일 01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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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앞서 ‘검수완박’ 법안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 앞서 ‘검수완박’ 법안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 관련 법안들이 통과 또는 상정된 30일 국회 본회의장은 흡사 아수라장이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서로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한 장씩 들고 입장해 각자 자리에 세워뒀고 서로를 향한 고성과 비난, 손가락질과 테이블을 내려치는 행위가 난무했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들은 각자의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핵심 법안의 상정 및 처리를 앞둔 양당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민주당은 “특권 검찰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다”고 기대감을 표했고 국민의힘은 “소신껏 반대표를 던져달라”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어 국회의장실을 찾았다. 이들은 검수완박 법안을 예정대로 상정하겠다는 박병석 의장의 본회의 입장을 저지하기 위해 의장실 앞·뒷문을 막고 앉았다. 이후 의장실 당직자 등이 박 의장의 길을 트기 위해 바닥에 앉은 일부 의원들과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양금희·황보승희·배현진·허은아 의원은 의장실 당직자가 자신들의 정강이를 구둣발로 찼다고 주장했다. 양 의원은 119 구급대원에 후송됐고 황보 의원과 허 의원은 물리적 충돌로 부어오른 자신의 정강이 사진을 공개했다.

배 의원은 본회의장에서 항의했다. 그는 의장에게 인사하는 관례를 깨고 꼿꼿이 허리를 세운 채 단상에 올랐다.

배 의원은 “당신의 그 앙증맞은 몸을 저희 국민의힘 의원 위로 밟고 지나가기 위해 앞줄에 앉은 여성 의원들을 구둣발로 걷어차며 용맹하게 이 국회의장석에 올라오셨다”며 뒤를 돌아 박 의장을 마주보고 서서 “당신이 얘기하시는 민주주의가 이런 겁니까. 말씀해 보십시오”라고 외쳤다.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96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의사진행발언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배 의원은 “오늘 저희 의원들을 구둣발로 걷어찬 당직자들에 대해서는 면밀히 채증해서 응당한 처신을 하도록 하겠다. 박 의장은 사퇴하라”고 한 뒤 의장석과 객석에 인사를 하지 않은 채 뚜벅뚜벅 걸어 내려갔다. 민주당 자리에서는 거센 비난과 고성이 쏟아졌다.

뒤이어 단상에 선 박찬대 민주당 의원은 “국회의장 배석 하에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하고 의총에서 추인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한 합의안을 전면 부인하고 이렇게 나대시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부끄러운 줄 아십시오”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고성으로 답했다.

박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법안소위 법안심사 보고 중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우’하는 소리로 고성을 질렀다”고 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우우’라고 야유했다.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검찰청법 개정안이 가결되고 박 의장은 또 다른 검찰개혁 주요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상정했다. 뒤이어 오후 5시께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을 첫 타자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가 시작됐다.

김 의원이 “이재명을 지키기 위한 방탄용 졸속입법”이라는 한 학계 인사의 글을 소개하자 객석에 앉아있던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허위사실 유포하지 말라”고 소리쳤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이 김 의원의 다른 발언에 항의하며 손가락질을 하자 김 의원은 “태어나서 손가락질을 처음 받았다”며 “어디서 배운 버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동료 의원 발언에 대해 무식하다, 배우지 못했다(고 하고) 손가락질까지 하는 일이 어떻게 있을 수 있나”라고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 상당수가 자리를 떴다. 필리버스터 두 번째 주자인 최기상 민주당 의원에 이어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발언할 때는 총 30명 남짓한 의원들만이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날선 신경전은 여전했다.

김미애 의원이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여야 합의안이 아닌 민주당 원안이 통과됐다”고 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거짓말”이라며 “민주당 원안이 아니다”라고 소리쳤다. 이 과정에서 일부 민주당 의원이 김 의원에게 삿대질을 했고 진성준 의원은 맨 앞줄 좌석까지 걸어나와 김 의원에게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국민의힘 이채익·송언석 의원이 진 의원을 가까스로 말렸지만 민주당 의석 쪽에서 나오는 “말 같은 소리를 하시라”는 고성과 테이블을 쾅쾅 내려치는 소리가 본회의장을 울렸다. 김미애 의원은 “그게 동료 의원에 대한 예의냐”고 맞받았다.

이후 임호선 민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를 끝으로 1일 0시가 되자 임시회기 종료에 따라 본회의는 자동 종료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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