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文동생 동창, 사장 임명 몰염치”…靑 “눈독, 놀라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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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尹 회동 3일만에 또… 신구권력 ‘대우조선 인사’ 충돌

KDB산업은행이 최대 주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신임 대표 선임을 놓고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정면으로 충돌했다. 지난달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 이후 협력 분위기를 조성해온 신구 권력이 불과 사흘 만에 다시 맞부딪친 것이다.

인수위는 이날 오전 대변인실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대우조선해양이 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 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외형상 민간기업의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 하지만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자초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앞서 대우조선은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박두선 조선소장을 새 대표로 선임했다. 산은은 대우조선의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인수위는 이를 두고 ‘임기 말 부실 공기업에 대한 알박기 인사’라고 규정한 것.

인수위는 이번 임명과 관련해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 감사원에 (감사) 요건 검토와 면밀한 조사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우조선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인수위의 주장에 즉각 반박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대우조선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우조선 대표 선임에 청와대가 관여한 바가 없다고 주장하며 인수위의 ‘알박기 인사’ 비판에 불쾌한 기류를 여과 없이 내비친 것이다.

양측이 인사 문제를 놓고 다시 충돌하며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 등 정권 이양을 위한 양측 실무협의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尹측 “공기업 알박기 인사” 비판에… 靑 “정부 눈독 들일 자리 아니다”


‘대우조선 대표’ 놓고 신구권력 또 충돌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8일 만찬 회동에서 정권 말 인사권 문제를 명확히 정리하지 않아 꺼져가던 불길이 다시 되살아난 것 같다.”

청와대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 선임을 두고 대립한 31일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이날 양측은 이 문제를 놓고 ‘임기 말 몰염치한 알박기 인사’(인수위), ‘인수위의 자리 눈독 들이기’(청와대) 등 격한 표현으로 서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청와대 회동으로 봉합되는 듯 보였던 신구 권력 간 극한 충돌이 불과 사흘 만에 재점화한 양상이다.

○ “비상식적 알박기” vs “인수위가 자리에 눈독”

포문은 윤 당선인 측이 열었다. 인수위는 이날 대변인실 명의로 ‘임기 말 부실 공기업 알박기 인사 강행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 대표를 선출하는 무리수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대우조선은) 구조조정 등 고통스러운 정상화 작업이 뒤따라야 하고 새 정부와 조율할 새 경영진이 필요한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 측은 대우조선을 ‘사실상 공기업’으로 규정했다.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의 지분 55.7%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 때문이다. 이에 현 정부가 대우조선의 새 대표 인선에 대해 윤 당선인 측에 협의를 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부실 공기업에서 정권 이양기에 비상식적 인사가 강행된 것은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동생을 챙겨준 ‘사익 인선’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청와대는 인수위가 문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며 ‘알박기 인사’라고 비판한 것에 대해 격앙된 기류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대우조선의 사장으로는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 대표는 1986년 대우조선에 입사해 ‘외길’을 걸어온 전문가라는 것이다.

청와대는 윤 당선인 측과 한국은행 총재, 감사원 감사위원 등 임기 말 인사 문제를 두고 충돌했던 만큼 더는 물러설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윤 당선인 측이 문 대통령의 조선업 부활 노력까지 폄훼한 것 아니냐는 불편한 기색도 있다.

○ 산은, 의도적으로 금융위 지침 뭉갰을 수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경제1분과 업무보고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인수위는 이날 “금융위원회가 2월부터 지속적으로 (대표 선임을) 하지 말아 달라는 지침을 산은에 보냈는데도 지켜지지 않았다. 직권남용 소지가 다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아일보 확인 결과 금융위는 “산하 기관과 자회사의 인선을 중단하라”는 인수위의 지침을 산은에 전달했다. 하지만 산은은 대우조선의 주요 경영 사항을 결정하는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경관위)에 이 지침을 전달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산은 측은 “공공성이 큰 금융 자회사들만 지침 대상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또 산은이 관련 지침을 받은 시기도 경관위가 2월 말 박 대표를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한 뒤다.

산은 관계자는 “2017년 경관위 출범 이후 경영진 선출을 경관위가 독자적으로 하고 있다”며 “산은이 인선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산은 안팎에서는 “대표적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꼽히는 이동걸 산은 회장이 금융위 지침을 뭉갰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캠프에 참여했고 2017년부터 산은 회장을 맡고 있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 출판기념회에서는 “가자, 20년”이라며 ‘20년 집권론’을 연상시키는 건배사를 제안해 논란을 빚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조선 최대주주로서 경영의 많은 부분에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인사에 관여할 수 없다는 것은 거짓말에 가깝다”고 말했다.

다만 대우조선을 정부와 인사를 조율해야 하는 공기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표 인선에까지 개입하면 앞으로 어떤 민간 기업이 대우조선 인수에 나서겠느냐”고 지적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강유현 기자 zzzzang11@naver.com
#대우조선해양#청와대#대통령직인수위원회#공기업 알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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