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용이 이재명 결재 받아왔다”… 대장동과 묶었다 떼냈다 성남 제1공단 개발史[법조 Zoom In/대장동 재판 따라잡기⑥]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9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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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및 로비 의혹과 관련해 1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권 도전에 나서면서 본격적인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동아일보 법조팀은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매주 진행되는 재판을 토요일에 연재합니다. 이와 함께 여전히 풀리지 않은 남은 의혹들에 대한 취재도 이어갈 계획입니다.》


정민용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
“성남시에 (보고서를) 가져다준 건 정민용 변호사로 기억합니다. 결재 과정은 제가 알 수 없습니다.”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사건’ 7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모 씨는 2016년 1월 대장동과 제1공단을 분리 개발하는 내용을 담은 ‘현안보고’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당시 성남시장)의 서명을 받아온 사람이 누구냐는 검찰 측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이 씨는 2015년 8월부터 약 5년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팀장이었던 정 변호사 밑에서 근무한 인물입니다.

검찰이 “정 변호사가 (이 후보에게) 대면 보고를 했는지 단순히 시에 제출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이 씨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정 변호사가 단순히 비서실에 보고서를 전달했는지 직접 이 후보에게 보고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고, 정 변호사가 성남시에 현안보고를 제출했다는 사실만 안다는 겁니다.

이는 지난달 열린 대장동 사건 3·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성남도시개발공사 직원 한모 씨의 증언과도 부합합니다. 해당 공판에서 한 씨는 정 변호사가 소속된 전략사업실에서 현안보고를 한 뒤 대장동과 제1공단을 분리 개발하라는 성남시의 방침을 받아왔다고 증언했습니다. 다만 자신은 당시 개발사업팀 소속으로 사전 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방침을 전달받았을 뿐, 이를 보고한 사람이 정 변호사인지는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은 2016년 당시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 민간사업자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당초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으로 묶인 사업에서 제1공단 사업을 떼어내려 했다고 봅니다. 검찰은 정 회계사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 등을 토대로 당시 정 변호사가 직접 이 후보를 독대해 결합개발을 분리하는 결재를 받아왔다고 의심하고 있습니다.

● ‘18년간 공터로 방치’ 성남 제1공단 사업의 역사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단대오거리역 옆에 위치한 제1공단은 1974년 지방산업단지로 조성됐다가 2004년부터 공장 이전과 건물 철거가 진행돼 지금까지 빈 땅으로 남아 있는 곳입니다. 성남시는 전체 부지 면적이 8만4235㎡인 이곳을 2009년 ‘성남신흥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해 3분의 1씩 주거·상업·공원으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웁니다. 당시 민간 개발업체인 신흥프로퍼티파트너스(신흥)는 4250억 원을 들여 개발구역 부지의 88%를 매입했고, 이듬해 5월 성남시에 사업자 지정을 신청합니다.

그러나 한 달 뒤 “제1공단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성남시장으로 당선된 이 후보는 “재원 조달 계획이 불명확하다”는 등의 이유로 신흥의 사업자 지정 신청을 3차례 반려하고 2012년 개발구역 지정을 해제했습니다. 기존 개발계획을 백지화한 뒤 제1공단을 공원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대장동과의 결합개발이었습니다. 2014년 5월 성남시는 제1공단과 대장동 부지를 묶어 ‘대장동·제1공단 결합개발사업구역’을 지정 고시했습니다.

2014년 8월 신흥이 “사업자 지정 신청 거부를 취소해달라”며 낸 행정소송에서 성남시의 손을 들어주는 법원의 1심 판단도 나왔습니다. 이에 대장동과 제1공단의 결합개발 사업이 본격 추진되며 2015년 2월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배포한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 같은 해 5월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와 맺은 대장동 사업협약에도 이 사업은 대장동과 제1공단의 결합개발이라는 점이 명시됐습니다.

그러나 이는 2015년 8월 행정소송 2심에서 신흥이 승소하며 차질을 빚게 됩니다. 이후 대법원에서 “성남시의 신흥에 대한 사업자 지정 거부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돼야 한다”는 2심 판단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사업의 리스크로 작용하게 된 겁니다. 대장동 민간사업자인 화천대유 입장에서는 당장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기관 대출이 까다로워졌고, 최악의 경우 결합개발사업 전체가 좌초될 수도 있는 위기였습니다.

이번 대장동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씨와 한 씨가 기존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개발사업’에서 제1공단을 떼어내는 방안을 정 변호사가 성남시에 보고하고 결재를 받아왔다고 증언한 시기가 바로 이 때입니다. 이 후보의 결재를 거쳐 성남시는 2016년 2월 16일 대장동 개발사업과 제1공단 개발사업을 분리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화천대유 입장에서는 법적 분쟁 중인 제1공단을 떼어냄으로써 결합개발 시 추가로 필요한 2560억 원의 자금 조달을 피하고 금융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2월 18일 신흥의 행정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2심 판단을 다시 뒤집어 성남시의 손을 들어줍니다. 분리 결정 이틀 만에 결합개발에 작용하던 법적 리스크가 해소된 셈입니다. 그러나 성남시는 제1공단 사업과 대장동 사업을 결합개발로 되돌리진 않고 분리개발 방식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성남시는 2017년 6월 ‘성남 제1공단 근린공원 조성사업’을 지정 고시해 제1공단 사업을 대장동과 별개로 추진 중인 상태입니다.

14일 법정에서 이 씨는 분리개발을 위한 현안보고의 경우처럼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성남시의 결재를 직접 받아오는 경우가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몇 차례 정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이 씨는 “원래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성남시는 별도의 기관이라서 결재의 의미가 없고, 공식적인 절차는 아니다”라면서도 “이 건(분리개발 현안보고)만 있는 건 아니고 몇 차례 있었다면 아주 예외적인 것은 아니란 것이냐”는 김 씨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 정기인사로 대장동 재판부 모두 교체
이날 재판 이후 이틀 뒤인 16일 서울중앙지법 사무분담 결과가 확정됨에 따라 이달 21일부터 대장동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의 판사 3명이 모두 교체됩니다. 형사합의22부에서 앞으로 대장동 재판을 맡게 될 판사는 이준철 부장판사(50·사법연수원 29기)와 남민영 판사(35·42기), 홍사빈 판사(34·44기)입니다. 기존 재판장인 양철한 부장판사(54·27기)와 송효섭 판사(42·39기), 김선화 판사(36·42기)는 모두 같은 법원 민사부로 이동합니다.

보통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3년간 근무하지만 같은 재판부에는 2년만 있습니다. 양 부장판사는 2020년 2월 형사합의22부에 배치돼 한 재판부에서 2년을 채웠습니다. 예외적으로 같은 재판부에 2년 넘게 남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사무분담에 따른 대장동 재판부 판사 교체는 관례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는 2003년 서울지법 서부지원(현재 서울서부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서울고법, 대법원 재판연구관, 광주지법 순천지원, 수원지법 등을 거쳤습니다.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형사부 영장전담판사, 수원지법에서 형사합의부 재판장 등을 맡았습니다. 직전 근무지인 서울북부지법에서는 2019년 2월부터 근무했고, 민사재판을 담당하면서 2020년 서울지방변호사회가 평가한 우수 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재판에 출석이 예정된 전체 증인 규모는 7일 열렸던 6차 공판에서 나온 재판부의 당부를 받아들여 정 변호사 측이 증거 의견을 수정하면서 기존 40여 명에서 20여 명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4일로 예정된 다음 재판에는 정 회계사의 추천으로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입사해 전략사업실장을 맡았던 김민걸 회계사가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김태성 기자 kts57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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