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부일체’ 윤석열 집에 걸린 그림…알고보니 다운증후군 화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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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2월 25일 20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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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편 예고.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지난 9월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편 예고. (유튜브 갈무리) ©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추석 출연했던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를 보던 한 검찰 수사관은 TV를 보다 깜짝 놀랐다. 윤 후보의 집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거실에 익숙한 그림이 걸려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해당 그림은 다운증후군 장애가 있는 화가 ‘픽셀 킴’ 김현우씨(26)의 작품이다.

김현우 작가는 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는 숫자와 좌표, 도형을 그렸고 알 수 없는 공식을, 음악시간에는 수많은 음표를 노트에 기록하곤 했다. 이러한 수백권의 노트는 그의 상상력과 더해져 캔버스로 옮겨졌고, 화가로 활동하게 됐다.

김 작가는 자신이 경험하고 상상하는 세계를 픽셀로 조형화한 그림을 그려왔고 2017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올해에는 ‘픽셀: 무한한 공간’ 개인전을 지난 4월30일부터 6월12일까지 개최했다.

검찰 수사관인 김 작가의 부친은 지난 5월 윤석열 당시 전 검찰총장을 김 작가의 전시회에 초청했다. 김 수사관은 윤 후보와 함께 근무한 인연이 전혀 없다.

쉽지 않은 요청이었지만 용기를 낸 이유는 아들인 김 작가가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긍정적인 성격으로, 아들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기 때문이었다.

김 수사관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아들이 사람들이 전시에 와서 그림을 봐주고 하면 뿌듯함과 성취감을 느끼고 한다”라며 “저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오로지 아들을 위한 마음으로 (윤 후보에게) 시간 되시면 한 번 와주십사 요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택 거실에 걸려있는 김현우 화가 작품. 바다모래 수학드로잉, 116.7×91cm, 캔버스에 포스카와 아크릴, 2018. ©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자택 거실에 걸려있는 김현우 화가 작품. 바다모래 수학드로잉, 116.7×91cm, 캔버스에 포스카와 아크릴, 2018. © 뉴스1
당시 윤 후보는 김 작가의 작품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되고자 취재진과 함께 전시회를 찾겠다고 했지만, 김 수사관은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아들래미가 스스로 이 작업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없다”라며 “그렇게까지 마음 써주신 것은 고맙지만,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간직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윤 후보는 5월 중순, 수행 인원 1명만 대동한 채 홀로 전시회를 찾아 약 40~50분간 김 작가의 전시를 꼼꼼하게 감상했다. 김 수사관은 “하나하나 유심히 보시는 모습을 보고 가까이에서 (윤 후보를) 본 적은 없었는데 진심이 담겨있는 것 같았고, 그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중에서 윤 후보는 한 작품을 보고 “굉장히 감동을 받았다”며 눈을 떼지 못했다. 해당 작품은 ‘바다모래 수학드로잉’으로, 파랑색과 노랑색, 주황색 바탕에 김 작가 특유의 수학 공식이 빼곡한 그림이다. 윤 후보는 해당 작품을 구입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김 수사관은 9월19일 방영된 SBS 예능프로그램 ‘집사부일체’ 예고편을 보다 깜짝 놀랐다. 윤 후보가 구입한 김 작가의 그림이 윤 후보의 자택 거실에 걸려있는 것을 본 것이다.

김 수사관은 “색상도 그렇고 우리는 보면 딱 알지 않나. 누구한테서도 연락 온 적은 없고 나중에 본방송을 보니 계속 거실 중앙에 걸려있어서 노출이 된 것을 보고 진심이 느껴지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작가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됐다. 김 수사관은 “자기 그림이 TV에 언뜻언뜻 보이니 무척 좋아했다”고 말했다.

김 수사관은 이번 일화에 대한 취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했다.

김 수사관은 “굉장히 예민한 시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사실관계만 말씀드린 것이고, 인간적인 면에서 진심을 느꼈다는 것을 가치중립적으로 말씀드린 것”이라며 “아들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조용히 작업할 수 있게 감안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자기가 원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도 아니고, 일반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부족하게 태어나 부모로서 얼마나 미안하겠나”라며 “본인이 스스로 행복을 찾았고, 우리로서는 너무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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