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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정치

박정희·김대중, 중도 확장 위한 李·尹 캠페인 도구 되다

김수민 시사평론가
입력 2021-12-04 18:24업데이트 2021-12-04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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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민의 直說] 포용성만으로 중도층 움직이지 않아… 정책적 승부수 내놓아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동아DB]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본디 ‘당내 비주류’로 여겨졌지만, 경선을 거치면서 명백한 당내 주류로 인식됐다. 본선에서는 긴급하게 외연 확장을 서두를 필요가 있고, 최근 정치권은 신속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초기 확장 전략, 인물 영입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반성을 내비치며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를 다시 꾸렸다. ‘리액션이 있는 정치인’이라는 신호는 확실히 줬다. 자기 쇄신에서는 이 후보가 앞서나가는 측면이 있다. 공교롭게도 양측 지지율 격차가 줄어들면서 이 후보가 다소 힘을 받는 분위기이기도 하다.

윤 후보 선대위는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합류가 무산된 채 첫발을 내디뎠다. 김 전 위원장을 상왕으로 모시는 듯한 모습을 피해 가기는 했다. ‘김종인 합류’ 여부보다 윤 후보 본인의 역량이 더 중요한 국면이기도 하다. 그러나 수습이 말끔하지 못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불화는 쇄신이 아니라 자기 파괴다. 물론 이 후보가 으쓱해도 무방한 상황은 아니다. ‘눈물’이나 ‘큰절’을 거듭하는 것은 ‘과잉’이라는 평가를 받기 쉽고, 그 와중에 미진해 보이는 반성은 거꾸로 더 두드러지기 일쑤다.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급’ 철회나 ‘국토보유세’ 공약을 유보할 수 있다는 제스처는 어떤 평가를 받을까. ‘국민의 우려를 신경 쓰는 사람’일 수도 있고 ‘득표를 위해 무엇이든 할 사람’일 수도 있다.

두 후보 모두 초기 확장 전략이 ‘인물 영입’이다. ‘호남’을 우선순위로 삼은 것도 공통점이다. 윤 후보는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과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 등을 영입했고, 이 후보는 정대철·정동영·천정배 전 의원의 민주당 복당에 공을 들인다. 두 후보는 모두 ‘문호 개방’의 경적을 울렸지만 해당 인사들은 지역적·이념적 대표성이 떨어진다. 무엇보다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중도 확장에 필요한 ‘파랑새’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와 홍준표 의원은 각각 잠행, 불참을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의 박정희 마케팅과 윤 후보의 김대중 마케팅은 흥미로운 현상이었다. 이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부고속도로를 만들어 제조업 중심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 이재명 정부는 탈탄소 시대를 질주하며 ‘에너지 고속도로’를 깔겠다”고 선언했다. “박정희 시대를 답습하겠다”는 의미는 피하면서 박 전 대통령처럼 역사적 족적을 남기고자 하는 포부를 밝힌 셈이다. 윤 후보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업적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가령 “김대중-오부치 선언 재확인으로 한일관계 개선 시작”이라는 견해는 급하게 지어낼 수 있는 비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를 언급한다고 보수층이 마음을 여는 것은 아니고, 역사적 포용성을 보여준다고 중도층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중도·보수층에서도 ‘박정희 식’, 곧 국가 주도 내지 권위주의를 거부하는 유권자가 숱하다. 박 전 대통령 연고지인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또 ‘김대중’을 기린다고 해서 진보·중도나 호남의 기대를 받는 것도 아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보다 더 국민의힘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그쳤다”(김민하 정치평론가)는 평가를 극복하려면 후보부터 변해야 하고 정책적인 승부수도 내놓아야 한다.

두 후보가 보기 좋게 자신의 한 수를 놓은 사례도 있다. ‘코로나19 재난지원’이다. 윤 후보는 기존 국민의힘 기조인 ‘재정 확장에 대한 우려’에서 벗어나 대통령이 되면 소상공인에게 50조 원을 보상하겠다고 나섰다. 50조 원은 이 후보 공약인 ‘연 100만 원 기본소득’을 실천할 경우 소요되는 매년 예산 규모와 같다. 전 국민 지급을 포기한 이 후보는 윤 후보의 공약을 받아들여 즉각 시행하자고 역제안했다. 정치권에서 논의가 진전될 수 있는 가능성을 유력 대선주자들을 통해 확인했다는 점은 그 의의가 가볍지 않다.

제3지대 두고 복잡한 셈법


정의당 심상정, 국민의당 안철수, 새로운물결(가칭) 김동연 대선후보(왼쪽부터)가 11월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김영삼 전 대통령 묘역에서 열린 6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각각 추모 발언을 하고 있다. [동아DB]


군소 후보들의 확장 전략은 무엇일까. 정의당 심상정 대선후보는 제3지대 연대에 적극적이다. 진보 이미지가 확고한 심 후보가 유연한 정치 행위로 무당층·중도층으로 뻗어나가려는 전략이다. 민주당과 연합을 끊어낸 것은 ‘정권교체를 지지하지만 윤석열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는 유권자’에게 접근한다. 심 후보는 2030세대 여성 지지세를 확산하는 작업에도 능한 편이다. 다만 외연 확장과 진보 정치의 본연을 위해 되돌아봐야 할 계층이 있다. ‘중년 블루칼라 노동자’다. 청년세대 담론은 차고 넘치는 반면, 이들은 공론장에서도 소외됐다. 심 후보 공약인 ‘주4일 근무제’도 임금 삭감을 우려하는 제조업 노동자에게는 남의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제3지대 연대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보수층 표밭을 잠식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진보 후보와 공조에 조심스러운 탓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통 보수층은 윤 후보 지지로 일단 정리됐고 이변이 있지 않는 한 이탈을 기대할 수 없다. 안 후보는 우선 2030세대 지지가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자신의 현실에 주목하고, 청년층 사이에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청년세대 성별 갈등을 이용하지 않으려는 태도나 미래 산업 담론은 바람직하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과거에 자신을 지지했지만 멀어져간 중년 유권자들에게 다시 다가가야 한다.

새로운물결(가칭) 창당을 진행 중인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공무원 제도를 대거 바꾸겠다는 과감한 공약을 내놓았다. 여전히 자신이 닮으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소속 정당 명칭인 ‘전진’보다 ‘최후에 결정하는 사람’ 이미지가 강하다. 김 전 부총리는 제3지대 연대론에 “천안삼거리에서 만나자”고 화답했다. ‘유일한 충청 태생 후보’임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지역 연고를 강조한다고 해당 지역 유권자가 움직일까. ‘이재명·윤석열’을 동시에 흔들든, ‘좌상정·우철수’를 세워 자신이 중심이 되든 응전자가 아닌 도전자로 거듭날 방도를 찾아야 한다.

김수민 시사평론가

이 기사는 주간동아 1317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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