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 워킹그룹’ 어떤 논의할까…美 인·태전략 군사적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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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10월 16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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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20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 뉴스1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제20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가 열리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 뉴스1

미국 국방당국이 우리 측을 상대로 국방 분야 워킹그룹(실무단) 추가 설치를 제안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측은 지난달 27~28일 서울에서 열린 제20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 회의를 계기로 한미 간 ‘국방 워킹그룹’ 설치를 제안했고, 우리 측도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간 연계를 모색한다는 차원에서 그 설치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 국방부가 이번 KIDD 회의 뒤 발표한 공동보도문을 보면 양측은 회의 기간 열린 안보정책구상회의(SPI)를 통해 Δ신남방정책과 인도·태평양 전략을 포함한 양국 간 역내 전략 협력을 증진하고, Δ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 유지를 위한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양측은 또 Δ새로운 위협에 효과적으로 함께 대응하고 Δ자유롭고 안전하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유지하기 위해 사이버·우주 등의 영역에서도 협력을 심화해 가기로 했다.

태평양과 인도양을 하나의 전략적 개념으로 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초강대국화’를 막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의 신남방정책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변 4강국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것으로서 인도·태평양 전략과는 다소 결이 달라 보인다.

그러나 베트남·필리핀·인도네시아 등 신남방정책의 핵심국가들이 그간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과 갈등을 겪어온 사실을 감안하면 “정책 실행과정에서 인도·태평양 전략과 만날 수밖에 없다”는 게 시각이 많다.

즉, 미국 측의 이번 국방 워킹그룹 제안엔 우리나라와의 역내 군사적 협력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인도·태평양 전략을 뒷받침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KIDD 공동보도문에 등장한 ‘규칙에 기반을 둔 국제질서 유지’나 ‘새로운 위협’ 등의 표현 모두 중국의 역내 움직임을 겨냥하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소식통은 “‘워킹그룹’은 문자 그대로 실무회의로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된다”며 “당국 간 워킹그룹을 설치한다는 건 그만큼 해당 분야의 중요도가 높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7일 화상으로 개최된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포럼’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2021.9.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달 17일 화상으로 개최된 ‘에너지 및 기후에 관한 주요 경제국포럼’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개회사를 듣고 있다. 2021.9.1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이에 따라 한미 국방 워킹그룹이 설치되면 역내 안보환경 변화에 대비한 주한미군 전력의 유연한 운용 등에 관한 사항이 우선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커트 캠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 등은 그동안 전 세계 미군 배치와 관련해 ‘전략적 유연성’에 기초한 신속한 군사력 전개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는 지난 2월부터 ‘해외주둔 미군 배치 재검토’(GPR)에 착수했고, 미 상·하원 군사위는 최근 2022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주한미군 감축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도 지난 5월 상원 군사위 인준청문회 당시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사령관에게 역외(한반도 밖) 긴급 상황을 지원하고 역내 위협에 대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공하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말로 주한미군 병력이 필요시 한반도가 아닌 다른 인도·태평양 역내에도 투입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칼 빈슨’과 영국 해군 항모 ‘퀸 엘리자베스’,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 항모 ‘이세’ 등 6개국 함선들이 지난 3일 필리핀해에서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 뉴스1
미국 해군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 ‘칼 빈슨’과 영국 해군 항모 ‘퀸 엘리자베스’, 일본 해상자위대 헬기 항모 ‘이세’ 등 6개국 함선들이 지난 3일 필리핀해에서 연합 훈련을 하고 있다.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 © 뉴스1

또 우리 군의 미군 주도 인도·태평양 역내 연합훈련이나 ‘항행의 자유’ 작전 참가 문제 또한 한미 국방 워킹그룹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있는 사안으로 꼽힌다.

최근 대만과 중국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사실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준다. 이달 초 중국 공군기 149대가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는 무력시위를 벌이자, 미국·영국·일본의 항공모함과 캐나다·뉴질랜드·네덜란드 해군함이 동·남중국해 일대에 집결해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위한 연합 해상훈련을 펼쳤다.

그러나 우리 국방부 관계자는 한미 국방 워킹그룹 설치 논의가 “특정국가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미 국방부는 현재 KIDD 회의 산하 협의체 가운데 하나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공동실무단’(COTWG)이란 이름의 워킹그룹을 설치·운영 중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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