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만배, ‘박영수 인척’ 분양업자에 100억… 朴 아들은 관계사 근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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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분양독점한 대행사에 金, 빌린 회삿돈 473억중 일부 건네
대행사 대표 “토목업체에 모두 전달” 20억 준 토목업체, 100억 돌려받아
돈세탁 등 거액 용처 의혹 커져… 대행사 대표는 박영수 인척관계
朴측 “아들 1년도 안돼 퇴사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의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국정농단 사건의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인척이자 분양대행업체 A사의 이모 대표에게 100억 원을 건넨 사실이 3일 드러났다. 박 전 특검의 아들은 이 대표가 운영하던 별도의 회사에 재직하기도 했다.

○ 분양대행업체에 전달된 수상한 100억 원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 씨는 박 전 특검과 인척관계이자 자신이 분양대행 업무를 몰아준 A사에 100억 원을 전달했다. 이 돈은 김 씨가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로부터 지난해까지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빌린 473억 원 중 일부였다. A분양대행업체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부지 15개 블록 가운데 수의계약을 통해 직접 시행한 5개 블록의 아파트 분양 대행을 독점한 곳이다. 분양대행 업무 수수료 등 공식적인 법인 간의 거래가 아니란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씨 측은 3일 입장문을 내고 “법적으로 문제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 이 부분을 포함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조사에서 상세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 씨 측도 100억 원을 김 씨로부터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이 씨도 이날 동아일보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김 씨에게서 받은 100억 원은 토목건설업체 B사로 전액 송금됐다”면서 “정상 처리된 것으로, 신경도 안 썼던 거래”라고 해명했다.

주택업계 현장에서는 이 같은 거액의 자금 흐름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분양대행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통 사업주체인 시행사는 아파트 당첨자 발표 이후 당첨자로부터 계약금을 받은 뒤 그 돈의 일부를 분양 수수료로 떼어 분양대행사에 지급한다”며 “김 씨가 분양대행업체에 건넨 돈을 분양수수료 명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 씨가 분양 대행을 한 화천대유의 아파트 5곳 가운데 4곳은 2018년에 분양이 이뤄졌고, 나머지 1곳은 지난달 분양을 시작해 현재 당첨자 계약이 진행 중이다.

이 씨가 100억 원을 고스란히 건넸다고 주장하는 B사의 대표 나모 씨는 앞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14년 말∼2015년 3월 대장동의 토목 사업권을 주겠다’는 이 씨의 제안을 받고 20억 원을 송금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후 나 씨는 대장동 부지의 토목 사업자로 선정되지 못했고, 이에 이 씨에게 항의하자 2016년 20억 원과 일부 이자를 더한 금액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이 씨가 나 씨에게 받은 돈은 20억 원인데 100억 원을 돌려줬다는 점에서 해당 돈의 성격과 용처를 둘러싼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 씨가 20억 원을 나 씨로부터 받아 간 시점은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개발사업의 민간사업자 선정을 전후한 민감한 시기였다. 정치권과 업계에선 20억 원과 100억 원의 차액 등이 시행사 선정 과정의 불법 로비 자금이나 복잡한 과정을 거쳐 자금 세탁이 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화천대유 측이 나 씨에게 공사 수주 대가 외에 로비자금 등을 추가로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나 씨는 동아일보에 “목숨을 걸고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 박영수 전 특검 아들, 분양대행업자 관계사 근무
박 전 특검의 아들은 이 씨가 운영하는 또 다른 회사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 이 씨는 분양대행업체와 별도로 한 코스닥 상장 회사와 고강도 합판 제조 관련 업체를 운영한 바 있다. 박 전 특검은 2016년 4∼11월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했고, 박 전 특검의 딸은 2015년부터 최근까지 화천대유에서 직원으로 근무했다. 박 전 특검 측은 아들의 채용 의혹에 대해 “고강도 합판 제조 판매 목적의 회사였는데, 창업 실무를 하다가 회사의 자금 사정 악화로 1년도 못 돼 퇴사했다”고 해명했다.

박 전 특검은 2014년 이 씨의 코스닥 상장 회사에 사외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김 씨로부터 100억 원을 건네받은 이 씨가 박 전 특검과 인척 관계라는 점에서 박 전 특검의 개입 여부 의혹도 불거졌다. 하지만 박 전 특검은 “이 씨가 김 씨로부터 돈을 수수하거나 그들 사이의 거래에 대해 관여한 사실이 없어 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김만배#박영수 인척#화천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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