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주자들, 민주주의 기본인 언론자유에 침묵… 지도자 자질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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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폭주 부추기는 與주자’ 우려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계획대로라면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6개월 뒤 시행” 부칙 규정에 따라 내년 3월 중순경부터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 3·9 대선으로 집권하는 차기 대통령은 “언론의 권력 비판이 위축될 수 있다”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우려가 현실이 되는 상황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되는 것.

그러나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겠다는 여권 대선 주자들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폭주에 일제히 동조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언론 자유에 침묵하는 건 선진국의 대열에 진입한 대한민국 지도자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與 주자들 찬성 일색, 독소 조항엔 침묵

“여러분이 쓴 기사가 다 마음에 들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 관계의 핵심이다. 여러분은 대통령인 나에게 사정을 봐주지 말고 거친 질문을 던져야 한다.” 2017년 1월 18일 퇴임을 이틀 앞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이 비판적인 시각을 던져야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우리도 책임감을 갖고 일하게 된다”고 말해 당시 미국 정가에서는 언론과 권력 간의 관계에 대한 건강한 인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집권을 꿈꾸는 6인의 여권 대선 주자들은 일제히 언론을 성토하며 이와는 전혀 다른 언론관을 드러내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일 “악의적, 고의적으로 명백한 가짜뉴스를 생산한다든지 사실관계를 왜곡해서 음해하든지 이런 건 중대범죄행위라서 엄중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2일에는 “언론사 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징벌“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기자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도 여권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두고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제가 현직 기자라면 언론중재법을 환영했을 것”이라고 했다. 언론중재법에는 유튜브 등이 규제 대상에 빠졌지만 그는 이날 CBS라디오에서 “거기에 유튜브가 제외되어 있는 걸로 돼 있나”라고 되묻기도 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이 약하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언론개혁에 강경한 입장을 보여온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측은 “(원안보다) 일부 후퇴한 부분이 아쉽다”며 “실제 언론 개혁이라는 측면에서 법적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각 주자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등 언론, 시민단체들이 일제히 문제 삼고 있는 독소 조항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켰다.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민주화를 정치적 상품으로 팔아오지 않았느냐”며 “집권 여당의 대선 주자라는 사람들이 민주주의 원칙과 관련되고, 시민들의 자유의 영역에 관련된 문제를 정파적인 입장에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정치 지도자의 자질을 가진 후보라면 눈앞의 경선이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이 법안이 미칠 영향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야당 대선주자들도 비난 논평에만 그쳐” 지적

민주당과 여권 주자들의 이런 행보에 야권 대선주자들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반민주적 독재”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독재로 가는 길 끝에는 침묵만 남을 것”이라며 “완벽한 독재 완성 프로젝트”라고 강조했다.

다만 야권 내에서는 “대선 주자들이 비판 논평에 그칠 게 아니라 대여 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언론중재법을 국회에서의 수적 열세를 핑계 삼아 ‘논평 정치’로만 대응하고 있다는 것. 야권 관계자는 “지지율 올리기에 급급해 당 대표와 볼썽사나운 집안싸움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라 이번 언론중재법 국면을 국민에게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 보여줄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더불어민주당#언론자유에 침묵#언론중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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