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재갈법’ 폭주 부추기는 與주자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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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언론중재법 폭주]
징벌 손배 등 언론중재법 논란에도… 이재명 “언론사 망할 정도로 징벌”
이낙연 “늦었지만 법안 통과 다행”… 지지층 표심 의식, 반대 표명 0명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이재명 후보가 11일 당 대선 본경선 3차 TV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말풍선은 언론중재법에 대한 각 후보의 발언. 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이재명 후보가 11일 당 대선 본경선 3차 TV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말풍선은 언론중재법에 대한 각 후보의 발언. 동아일보DB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위헌성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권 대선 주자들이 일제히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방침에 가세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SFCC) 이사회도 20일 “언론중재법 개정 움직임으로 그간 쌓아올린 국제적 이미지와 자유로운 언론 환경이 후퇴할 위험에 빠지게 됐다”고 경고했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겠다는 대선 주자들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폭주를 부추기고 나선 것.

동아일보가 20일 민주당 6명의 대선 주자 캠프를 조사한 결과 언론중재법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만 ‘입장 유보’라고 밝혔고 다른 5곳의 캠프는 모두 찬성 의사를 밝혔다. 캠프는 찬반을 유보했지만 이 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 왜곡, 음해는 중대범죄행위라서 아주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주당의 논리를 반복했다. 그는 2일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5배로는 약하다. 언론사를 망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력한 징벌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추미애 후보가 11일 당 대선 본경선 3차 TV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말풍선은 언론중재법에 대한 각 후보의 발언. 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추미애 후보가 11일 당 대선 본경선 3차 TV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말풍선은 언론중재법에 대한 각 후보의 발언. 동아일보DB
이낙연 전 대표도 이날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과의 대담에서 언론중재법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통과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이라고 했다. 이 전 대표는 언론중재법에 담긴 독소조항 등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낙연 캠프는 이날 논평을 통해 언론중재법이 언론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는 비판에 대해 “허위 주장이자 가짜 뉴스”라고 했다.

여권 대선 주자들이 민주당의 폭주에 힘을 보태고 나선 건 강성 지지층 표심 때문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열린민주당을 뺀 나머지 정당과 시민단체에서 일제히 비판하고 있어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경선을 앞두고 지지층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행동을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약화보다 지지층 눈치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정세균 후보가 11일 당 대선 본경선 3차 TV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말풍선은 언론중재법에 대한 각 후보의 발언. 동아일보DB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정세균 후보가 11일 당 대선 본경선 3차 TV토론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말풍선은 언론중재법에 대한 각 후보의 발언. 동아일보DB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뜻대로 언론중재법이 25일 국회를 통과하면 차기 정권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는 점도 대선 주자들의 행보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국민의힘을 향해 “평생 야당만 할 생각이냐”고 했다. 이 법안이 여당에 유리한 법안이라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관측이 나왔다. 집권을 노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야권 주요 주자들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폭주에 페이스북 메시지를 내는 데 그쳤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우려는 이날도 계속됐다. SFCC는 이날 성명을 내고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강행 처리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언론 재갈법#언론중재법#여권 대선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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