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이어 미국 방문한 박지원, 北과의 대화 방안 조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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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후 워싱턴·뉴욕 방문…정보 협력 논의
회담 후속 조치로 北대화 유인책 논의 가능성 무게
北, 한미 미사일지침 비난…개인 논평으로 수위 조절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한미 정상회담 후 닷새 만에 미국을 방문해 6박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일 귀국한다.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이끄는 방안을 물밑 조율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멈춰서 있던 한반도 시계가 다시 움직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 원장은 지난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해 워싱턴과 뉴욕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장의 구체적인 일정이나 접촉 대상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만나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한 한미 간 정보 협력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박 원장은 지난달 일본 도쿄에서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 다키자와 히로아키 일본 내각정보관과 한·미·일 정보기관장 회의를 갖고,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조율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헤인스 국장은 한국을 찾아 문재인 대통령을 예방하고, 박 원장과도 다시 회동하는 등 한미 간 정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외교가에서는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 이후 일주일도 안 돼 정보수장이 미국으로 향했다는 점에서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한미 정상은 지난달 21일 워싱턴에서 한반도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고,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 등에 기초해 북한과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두 정상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만큼 박 원장은 미국 정보 당국자들과 북한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을 논의하고 조율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출범 후 100일 만에 대북 정책 검토를 마친 후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통해 북한과의 외교를 모색하겠다는 원칙을 제시한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일괄타결’이나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지양하고, 비핵화에 관한 북한의 태도에 따라 실용적 조처를 제공하는 단계적 접근을 시도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박 원장이 방미 과정에서 대북 제재와는 무관한 남북협력 및 대북사업 재개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공동성명에 ‘바이든 대통령은 남북 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고 명시한 만큼 정부가 남북 협력 사업 재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 뉴욕에 이른바 ‘뉴욕 채널’로 통하는 주유엔북한대표부가 있다는 점에서 박 원장이 북측 인사들을 접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북측 인사들과의 만남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국회 외통위에서 ‘박 원장의 방미 목적이 대북 접촉이냐’고 묻는 질문에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관건은 북한의 호응이다. 한미가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유화적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북한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한미 정상회담이 종료된 지 9일 만에 김명철 국제문제평론가 명의의 논평을 통해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에 대해 비판했다.

논평은 “미국의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 행위”라며 “미국과 남조선당국이 추구하는 침략야망을 명백히 드러낸 이상 우리의 자위적인 국가방위력강화에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 소리가 없게 됐다”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선 “일을 저질러놓고는 이쪽저쪽의 반응이 어떠한지 촉각을 세우고 엿보는 그 비루한 꼴이 실로 역겹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다만 북한이 당국 차원의 성명이나 공식 입장이 아닌 개인 명의의 논평을 발표한 것은 비난 수위를 조절하면서 향후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사일 주권을 주장하면서 대미 압박을 지속하고, 미국의 구체적인 조치를 이끌어 내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남북 정상회담이나 실무 회담 재개 시점에 대해 “6월을 넘으면 안 된다”면서 “대선 주자 경선이 본격화되기 전에 남북 관계를 2018년 봄과 같은 상태로 되돌려놓고 떠나줘야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원장의 방미에 대해 “여러가지 일을 하러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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