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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정치

사면 조건 내건 與 “반성-사과부터”… 野는 “대통령이 결단해야”

입력 2021-01-15 03:00업데이트 2021-01-15 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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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前대통령 형 확정]
운 띄운 與, 반대 여론에 신중모드… 이낙연 “안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
국민의힘 “불행한 역사 반복 안돼”… 黨내부선 ‘조건없는 사면’ 촉구도
정의당 “권력자도 법앞에 평등”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난극복 K뉴딜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말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대법원이 1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형을 확정하면서 사면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은 수일 내로 예정된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의중이 드러나면 1차 매듭이 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면 카드를 꺼냈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당내 반발에 부닥치면서 이날 ‘진솔한 사과’를 사실상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고, 이에 대한 보수 진영의 반발이 계속되는 등 정치권에선 사면 논란이 재점화됐다.

○ “진솔한 사과 해야” ‘사면 허들’ 높인 여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이 “정치 보복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는 등 야권에선 사면 촉구가 이어졌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새해 벽두에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론을 띄운 이 대표는 이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적절한 시기에 사면을 건의드리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며 “그에 대해서 당은 국민의 공감과 당사자의 반성이 중요하다고 정리했고 저는 그 정리를 존중한다”고 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말했다. ‘당사자의 반성’에 방점을 찍은 3일 발표에 더해 ‘진솔한 사과’를 강조하고 나선 것.

친문(친문재인) 지지층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온 데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사면 반대’ 여론이 우세하자 이 대표가 사면 건의에 대한 조건을 상향 조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이 대표는 “(사면을) 안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때까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날 사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마자 사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통령으로부터 별도의 말씀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최재성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전날(13일) CBS라디오에서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해야 된다”고 강조한 만큼 ‘청와대가 사면에 부정적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 직전까지 전직 대통령들의 사과 여부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 ‘조건 없는 사면’ 요구하는 보수 야당

국민의힘은 이날 사면에 대한 당 차원의 언급을 피했다. 윤희석 대변인은 구두 논평에서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만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결단할 문제”라며 구체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개별 의원들 사이에선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유승민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 눈높이라는 구실을 찾지도 말고, 선거에 이용할 생각도 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김기현 의원도 “국가 품격 차원에서 보더라도 정치 보복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통령의 조건 없는 사면 결단을 촉구했다.

정의당은 사면 반대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때 최고의 권력자라도 법 앞에 평등할 때만 국민 통합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정권 말기 특사 가능성도 거론

여권에선 전직 대통령들의 사과 등 새로운 반전이 없는 한 즉각 사면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연초 사면이 불발로 끝나더라도 한번 불이 붙은 사면론은 쉽게 꺼지지 않을 듯하다. 보수 야권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현 정부도 전직 대통령 사면이라는 첨예한 이슈를 다음 정부로 넘기는 데 따른 부담이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올해 광복절 또는 연말 사면, 내년 대통령 선거 이후 등 다양한 사면론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임기 막바지이자 대선이 끝난 직후인 12월 20일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을 논의했고, 같은 달 22일 사면을 단행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유성열·박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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