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내면 선악 속에서 춤추는 ‘백조의 호수’

  • 동아일보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 내한
내일 경기화성예술의전당 거쳐 서울-대전예술의전당서 공연
원한 등 파헤치는 심리극 재해석… 필리프 기요텔의 파격 의상 눈길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LAC)는 왕자를 흑과 백, 선과 악, 순수와 에로티시즘 사이에서 방황하며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그린다. 알리스 블랑제로 제공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LAC)는 왕자를 흑과 백, 선과 악, 순수와 에로티시즘 사이에서 방황하며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그린다. 알리스 블랑제로 제공
고전 발레의 엄격한 형식과 차이콥스키의 서정적인 음악을 배경으로 균형 잡힌 군무, 고난도 테크닉을 보여주는 ‘백조의 호수’. 19세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처음 선보인 이 작품은 백조들의 우아한 몸짓을 통해 동화적인 환상을 펼쳐 보인다. 이런 ‘백조의 호수’를 인간 내면의 트라우마, 원한과 복수 등 어둠을 파헤치는 심리극으로 재해석한 작품이 한국에서 첫선을 보인다.

모나코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세계 무용 팬을 매혹시킨 ‘백조의 호수’가 경기 화성예술의전당(13일)과 서울 예술의전당(16∼17일), 대전예술의전당(20일)에서 관객을 만난다. 작품의 안무가이자 몬테카를로 발레단 예술감독인 장크리스토프 마요는 “누구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작품 ‘백조의 호수’에 대한 호기심을 일부 충족하면서도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초연한 마요 버전의 ‘백조의 호수’는 원제가 ‘LAC’다. 프랑스어로 ‘호수’를 뜻한다. 제목에서 ‘백조’를 뺀 의도는 분명하다. 전형적인 동화 속 사랑 이야기를 덜어냈다는 뜻이다. ‘여왕(왕자의 어머니)’과 ‘검은 기사’ 같은 인물들은 왕자의 운명을 뒤흔들고 통제하려 나선다. 인간 내면의 선악이 충돌하는 치밀한 심리 드라마가 펼쳐지는데, 프랑스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공쿠르상 수상자인 장 루오가 드라마투르기(dramaturgy·희곡 연출)를 맡아 서사의 깊이를 더했다.

몬테카를로의 ‘백조의 호수’는 안무 역시 주어진 내용을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보다 무용수들 사이의 유기적인 호흡을 중요하게 본다고 한다. 마요 감독은 “안무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한, 무용수들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주는 걸 좋아한다”며 “백조가 흑조나 왕자, 왕자의 친구와 비교해 어떤 모습일지 조화를 통해 찾아 나가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프랑스 세자르영화제에서 의상상을 받았던 디자이너 필리프 기요텔이 맡은 파격적 의상도 관심을 끈다. 가지런한 튀튀(tutu·발레 스커트)를 해체하고 재가공해 동물의 털처럼 보이게 만든 장식, 우아한 날갯짓이 아니라 손톱을 세우고 할퀴는 듯한 동작을 하게 만드는 손 부분의 디자인 등을 눈여겨볼 만하다. 무용수의 근육과 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날카로운 명암 대비를 자아내는 조명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분위기도 연출한다. 기요텔은 “정형화된 군무를 해체하고 백조를 숲에 사는 미지의 생명처럼 보이게 한 안무에 따라 ‘야수성’을 살렸다”고 설명했다.

몬테카를로 발레단을 창립한 모나코 카롤린 공주도 이번 공연에 맞춰 한국을 찾는다. 모나코 공비였던 배우 그레이스 켈리의 딸인 카롤린 공주는 발레를 사랑했던 어머니를 기리며 1985년 발레단을 창단했다. 1993년 마요 감독이 부임한 뒤로 동시대 감각을 예술적으로 구현하고 있단 평가를 받는다. 2016년 한국인 최초로 몬테카를로 발레단에 입단한 수석무용수 안재용도 무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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