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發 서울시장 후보단일화에 野 힘겨루기…與도 술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0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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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108일 앞두고 갑자기 출사표를 던지면서 연말·연초 정국은 야권 후보 단일화 이슈로 급속도로 빨려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주요 인사들은 힘겨루기에 돌입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승리 카드’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쟁점 부상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며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서울시장 선거는 절대 안 나간다”고 했던 안 대표는 마음을 바꾼 이유에 대해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수차례 강조했다 안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 할 것’이라는 많은 원로분들의 충정 어린 말씀이 계셨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씀에 참으로 송구스러웠다”며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했던 일도 꺼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면서 단일화 이슈를 먼저 던졌다. 국민의힘 입당해 경선을 치르는 방안에 대해선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며 답을 피한 뒤 “(단일화 방식을 놓고)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공정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고 말했다. 입당보다는 단일화 경선에 무게를 두면서 향후 국민의힘과의 힘겨루기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출마선언 전날인 19일 국민의힘 지도부에 직접 연락해 출마하겠다는 뜻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응은 냉랭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비대위 화상 회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안 대표 출마에 대해 “우리당 사람들은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언론 인터뷰에선 “서울시장 출마한다고 결심한 사람이 한 둘도 아니고 수도 없이 많다. 우리 당에서도 출마하겠다는 사람이 5명이나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내년 4·7 재·보선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에 임명된 정진석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를 언급한 데 대해 “자기중심적 사고의 발로인 것 같다”며 “안 대표도 자기 희생정신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의힘 후보와 안 대표의 표가 분산되면 필패한다는 사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미 후보 단일화를 위한 기싸움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잠재적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나경원 전 의원 등의 출마도 단일화를 위한 주요 변수다. 오 전 시장은 안 대표의 출마 선언이 알려진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통합된 야권의 서울시장 보선 필승이 나라를 되살리는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도 “저도 어떠한 역할이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마 여지를 열어뒀다.

● 무시하면서도 출렁이는 여권
대선주자급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면서 그 동안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여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박영선 중기벤처기업부 장관 아들이 육군에 입대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박 장관의 출마 결심이 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이중국적 의혹을 받아왔던 박 장관의 아들이 최근 육군에 입대해 특전병으로 차출됐다”고 전했다. 지금까지 여권에선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만 공식 출마선언을 하면서 공공주택 16만호 확충과 코로나19 백신 무료공급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장고를 거듭 중인 박주민 의원도 결국 ‘세대교체’ 키워드를 앞세워 출사표를 던지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대선주자였던 안 대표의 출마로 여권 필승카드로 정세균 국무총리가 나와야 한다”는 얘기도 다시 나온다.

한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안 대표의 출마선언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점점 쇠락해가는 국민의당 당세와 점점 떨어지는 존재감을 끌어올리려는 고육지책의 출마선언 악수”라고 비판했다. 정의당은 20일 안 대표를 향해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라는 표현을 삼가라. 정의당도 야당이다”라며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연대해 ‘보수야당 단일후보’를 하든 말든 정의당과는 무관하지만, 정의당은 가치와 정책이 다른 정당과 선거연대를 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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