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열병식서 “미안하다, 고맙다”며 인민 앞에서 울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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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0일 19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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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과 남이 두 손 마주잡는 날 찾아오길 기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10일 0시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과 등장해 “미안하다. 고맙다. 면목없다”를 연발하며 울먹이는 ‘감성정치’를 연출했다.



김정은은 조선중앙TV가 이날 오후 7시부터 녹화방송한 열병식에 회색 양복 차림으로 나타나 코로나 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 태풍 피해 복구 등에 참여한 군인과 주민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코로나19와 관련해 “무엇보다 오늘 이렇게 우리 인민 모두가 무병무탈 해주셔서 정말 고맙다. 이 말씀 꼭 드리고 싶었다. 한 명의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피해자 없이 모두 건강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또 “이 시각도 악성 비루스와 싸우고 있는 전 세계 인원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내며 행복한 웃음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한 뒤 “사랑하는 남녘 동포들에게도 이 마음 보내며 북과 남이 손을 맞잡는 날이 오길 기원한다”며 대남 메시지를 날렸다.

이어진 연설 중간에도 인민들을 치하며 모든 부분에서 국가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간간이 울먹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늘같고 바다같은 인민들의 너무나 큰 믿음을 받기만하면서 보답 따르지 못해 면목이 없다”며 “전체 인민 신임 속에 이 나라 이끌 중책 지니고 있지만 노력과 정성 부족해 생활 어려움 벗어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가운데 코로나19와 수해 등으로 국가능력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에서 지칠대로 지치고 불만에 찬 주민들을 말로라도 달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결정하는 다음달 대선을 앞둔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메시지도 없었다. 군사 문제와 관련해 “핵위협을 포괄하는 모든 위협 통제하고 억제, 관리할 수 있는 전쟁억제력 계속 강화해나갈 것”이라며 “만약, 만약 우리 향해 군사력 사용하려 든다면 우리의 가장 위험한 군사력 총동원해 선제적으로 응징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내년 1월로 예고한 제8차 노동당 대회에 관해서는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게 될 것이며 우리 당 투쟁은 새로운 단계로 이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열병식에는 최룡해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과 박정천 군 참모장, 김덕훈 내각총리,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열병식에는 명예 기병 상징 종대와 53개 도보중대, 22개 기계화 종대 등이 참여했다.

이날 열병식은 이례적으로 10일 0시에 시작돼 새벽 3시 경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보통 10일 오전 10시 열병식을 거행하면서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이날은 17시간이 지나서야 녹화로 중계했다.

이준태 동아닷컴 기자 nunt102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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