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공무원 피격’ 無언급에…野 “무념무상” “돌판 비문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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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9월 25일 1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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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25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북한 눈치보기’라고 일제히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이날 구두 논평을 통해 “총살을 당한 국민에 대한 명복도, 북한에 대한 분노도 표명하지 않는 무념무상인 듯한 대통령”이라며 “규탄과 강한 항의는커녕 그 흔한 유감표명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 국민이 북한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당했는데도 ‘종전선언’을 이야기하고, 온 국민이 슬픔과 분노에 잠긴 와중에 아카펠라를 듣던 대통령”이라며 “한 번 정해진 연설문은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인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민은 할 말을 잊는다”며 “국민보다 북한의 눈치를 먼저 살피는 이 정권에서 더 이상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잘 지켜질 수 없다는 것을 국민들은 이제 잘 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화려한 미사여구로 현실을 가리지 마시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응할 것임을 국민들께 약속드린다’는 대통령의 말은 그래서 진정성 없는 공허한 수사로 들린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켈로부대’를 이야기하기 전에 그들이 침투했던 인천 연평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참혹한 북한의 만행을 생각해 보시라. 멀고 먼 ‘아델만의 여명작전’을 이야기하기 전에 당장 대한민국 코앞 해상에서 잔혹하게 스러진 40대 가장의 비극이 떠오르진 않았던 거냐”고 지적했다.

또 김 대변인은 “대통령은 바다를 표류하던 공무원의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그 6시간동안 무엇을 했느냐”며 “단 한 번 구출명령을 내린 적이 있었느냐”고 개탄했다.

끝으로 “그 시각 자신을 구조해 줄 유일한 조국 대한민국을 절박하게 떠올렸을 국민을 지키기 위해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어떤 조치를 했느냐”며 “대체 대한민국 대통령은 지금 어디에 계시냐”고 비판했다.

국민의당도 논평을 내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도 수정할 시간이 없었는가”라고 꼬집었다.

홍경희 수석부대변인은 “이번 국군의 날은 서해안 피격사건으로 온 국민이 치를 떨며 공분하는 시기에 맞이했기에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입을 통해 전해질 기념사에 이목을 집중했다”며 “하지만 이번에도 대통령의 의전은 중요했고, 유엔총회 연설문처럼 국군의 날 기념사도 수정할 시간이 없었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연설문은 절대로 수정될 수 없는 돌판에 새기는 영구적인 비문인가”라고 물으며 “어떻게 이 엄중한 시국에 서해 피격사건에 대한 일언반구도 없이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연설문만을 읽어 내려갈 수 있단 말인가”라고 개탄했다.


또 홍 수석부대변인은 “무고한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군의 흉탄에 죽음을 당하고 해상에서 불에 태워진 천인공노할 사건 앞에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물으며 “이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으로서 그리고 군 통수권자로서 우리 국민에게 자행된 심각한 범죄 앞에 북한에 엄중 경고하며, 정부의 강력한 대응을 당부하는 말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 것이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국민의 생명도 지키지 못하는데 국방예산이 증가하고 군의 선진화가 이뤄졌다고 자화자찬하며 떠드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라고 물으며 “실종된 우리 국민이 32시간 동안 서해상에 표류하는 동안 아무런 조치도 못했는데 우리 대통령은 첨단기술자산 운운하며 전술 드론 차량을 타고 왔다고 자랑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연설인가”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너무 큰 문제가 보인다”며 “아직까지도 국민들의 분노를 체감하지 못하는 대통령과 보좌진들은 제발 정신을 차리고 본질을 직시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앞서 이날 오전 거행된 제72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실종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연설 전체에 ‘북한’이라는 단어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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