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랐다가 사라져 논란이 된 이른바 ‘시무7조’ 게시물을 청와대가 공개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정부를 풍자적으로 비판한 이 글을 공개하기로 관련 회의를 열어 결정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진인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 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글이 12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뒤 비공개 처리됐다. 이후 청원 글 주소를 직접 입력하면 볼 수 있지만 청와대 홈페이지에선 검색이 안돼 정권 비판적인 내용 때문에 일부러 비공개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퍼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명예훼손 성격의 청원이나 중복청원 등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 지난해 3월부터 100명 이상의 사전동의를 받은 글은 내부 검토를 거쳐 공개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며 “은폐할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시무7조라는 제목은 고려 전기 문신 최승로가 성종에게 당면한 28개 과제에 대한 견해를 서술한 상소문 ‘시무28조’에서 따온 것이다. 이 글은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선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 원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다”며 “본직이 법무부 장관인지 국토부 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 비꼬았다. 실명은 거론하지 않았다.
이밖에 이 글은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기시어 정책을 펼치시옵소서 △신하를 가려 쓰시옵소서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 등 7개 과제로 나눠 감세 주장부터 인사 쇄신 문제까지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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