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의원회관 보안시스템 실효성 논란[고성호 기자의 다이내믹 여의도]

고성호기자 입력 2020-07-09 16:14수정 2020-07-0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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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안 받습니다.”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2층 안내실. 한 중년 남성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방문하려던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해당 보좌진이 전화를 받지 않은 것.

남성=“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직원=“우선 휴대전화로 통화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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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남성은 안내데스크 앞에서 발길을 돌린 뒤 의자에 앉아 있던 일행에게 돌아갔다. “지금 사무실에서 전화를 안 받는다고 해서요, 잠시만….”

이처럼 의원회관을 찾아온 방문객들은 보안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방문신청서와 신분증을 제출한 뒤 의원실 보좌진 등과 통화가 돼야 입구를 통과할 수 있다.

고성호 기자가 직접 방문 신청서를 작성한 뒤 접수를 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방문증.


하지만 최근 방문객들의 의원실 무단방문이 증가하고 있다. 안내실에서 방문증을 한 번 발급받으면 의원회관의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8년에는 6건, 2019년에는 2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해 4월에는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이 세미나실 참석 목적으로 방문증을 발급받은 뒤 의원실을 기습 방문해 점거농성을 벌이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회는 이달 말부터 보안시스템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3층부터 9층까지 모든 중앙 엘리베이터 앞에 방문증을 찍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스피드게이트’를 설치했다. 방문 목적지가 있는 층에만 출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 의원회관은 국회의원과 보좌진이 이용하는 사무실 등이 있는 건물로 1층과 2층은 식당과 회의실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국회 의원회관 4층 중앙엘리베이터 앞에 설치된 ‘스피드게이트’.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또 중앙엘리베이터를 제외한 다른 엘리베이터에는 카드리더기를 설치했다. 아울러 건물 비상계단에도 각 층 출입문에 카드리더기를 달았다. 국회 사무처는 관련 시설 설치 등에 무려 11억 6000만 원을 투입했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카드리더기. 장승윤기자 tomato99@donga.com


하지만 이런 조치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한 보좌관은 “방문객이 의원실 직원 신분증을 빌릴 경우 지금처럼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된다”며 “보안 강화 조치가 제대로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좌관도 “방문객 중에는 의원을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지인들도 적지 않다. 친분이 있는 다른 의원을 찾아가겠다고 요청할 경우 직원이 직접 다른 층에 있는 의원실로 안내할 수밖에 없다”며 현행 보안강화책에 구멍이 생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현안 파악 등을 위해 의원회관을 자주 찾는 기업체 직원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하게 의원 보좌진 신분증을 이용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4년째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대기업의 직원 A씨는 “보안 조치가 강화되면 이동에 적지 않은 불편함이 예상돼 평소 친분이 있는 보좌관 등의 신분증을 들고 다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국회도 이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을 고심 중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보좌진 등의 신분증을 부정하게 사용할 경우 해당 기업체 직원의 회관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며 “앞으로 문제점 등이 발생하면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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