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분 비빔밥 오찬·34분 산책…문대통령-원내대표 회동 키워드는 ‘화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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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5월 28일 18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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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5.28/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여야 원내대표 오찬 회동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오른쪽),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5.28/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오찬 회동을 한 후 청와대 내 산책을 하면서 156분간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논의했다.

문 대통령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 등 4인의 소수회동이었다는 점에서 그동안의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과 비교할 때 폭넓고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배석자 없이 오붓한 점심 156분…폭넓은 주제 심도있는 대화

1시간 안팎으로 예정됐던 회동은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총 156분간 이어졌다.

문 대통령과 양당 원내대표들은 12시1분부터 약 5분 동안 상춘재 앞뜰에서 ‘날씨’를 화제로 아이스브레이킹을 했고, 이어 상춘재로 이동해 오후 2시3분까지 오찬 대화를 이어갔다. 이후 오후 2시37분까지 34분간 산책으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의 회동이 5당 원내대표와 진행됐지만 이번 회동은 양당 원내대표와의 ‘소수 회동’이었는데도 예상보다 길게 진행됐다는 점에 눈길이 쏠린다.

앞서 2017년 5월19일 첫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은 144분, 2018년 8월16일 두번째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은 132분, 2018년 11월5일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는 합의문 작성 과정까지 포함해 158분 진행된 바 있다.


◇“다 가져간다는 말만 안하면”…문 대통령-김태년 웃음 터뜨린 주호영의 언중유골

만남 순간부터 화기애애한 인사와 ‘뼈있는’ 한마디가 교차했다.

문 대통령은 낮 12시1분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과 함께 상춘재 앞뜰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태년·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났다.

문 대통령은 “주 원내대표님은 세 번째죠”라며 먼저 말을 꺼냈다. 주 원내대표는 2017년 5월19일 신임 5당 원내대표 초청 오찬에 바른정당 원내대표로, 2017년 9월27일 정당 대표 초청 대화에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 자격으로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이어 날씨와 건강 등 안부인사가 이어졌다. 이날 오전 비가 쏟아졌던 날씨는 곧 맑게 갰다. 김 원내대표는 “오늘 대화도 날씨만큼 좋을 것 같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이 “두 분에게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다”고 하자 주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가 잘해 주시면 술술 넘어가고, ‘다 가져간다’ 이런 말 안하면…”이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민주당이 21대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17개 상임위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모두 여당이 가져와야 한다며 야당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솔직하면서도 위트있게 내비친 것이다.

아울러 주 원내대표는 제40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의 부르튼 입술이 화제가 됐던 것을 기억하고는 건강에 대해 안부를 물었다. 문 대통령은 “예”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빨리 들어가는 게 덜 부담스럽겠죠”라고 상황을 정리했다. 12시5분쯤 노 실장을 비롯한 네 사람은 오찬장으로 이동했다.


◇드레스코드 ‘노타이 정장’…석조여래좌상과 “업어드리겠다”

오찬 메뉴는 한식으로 ‘화합’의 상징인 비빔밥이 마련됐다. 해송잣죽과 능이버섯잡채, 어만두, 한우양념갈비가 차려졌고, 식사로는 계절채소 비빔밥과 민어맑은탕이 나왔다.

드레스코드는 ‘노타이 정장’이었다. 지난 2018년 8월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 초청 대화에 이어 ‘노타이 정장’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만큼 격식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하겠다는 마음을 담았다.

오찬이 끝난 후에는 34분간 경내를 산책했다. 2017년 9월27일 2차 여야 정당대표 만찬 회동 후 문 대통령의 제안으로 함께 20분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위기관리센터를 방문한 적 있지만 이번 ‘경내 산책’은 이례적이다.

문 대통령은 산책하면서 두 원내대표에게 청와대 내에 위치한 ‘석조여래좌상’을 소개했다.

‘석조여래좌상’은 신라시대 불상으로 경북 경주 남산의 절터에 있었으나 일제강점기인 1927년 조선총독부 관저를 신축하면서 현재 청와대 위치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1989년 노태우정부 시절 청와대 관저를 신축하면서 한 차례 더 옮겨졌다.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됐고, 2018년 보물 제1977호로 승격했다.

석조여래좌상을 소개한 후 내려가는 길에 김 원내대표가 “오늘 우리들을 위해 일정을 많이 비우셨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김 원내대표를 보면서 “국회가 제때 열리고 법안이 제때 처리되면 제가 엎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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