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만에 빛 본 공수처…이르면 내년 7월 출범

  • 뉴시스
  • 입력 2019년 12월 30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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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국회의원·검찰총장·지자체장 등 7200여명 수사
기소권 행사 대상은 판·검사, 고위 경찰로 한정
공수처, 25명 이내 검사와 40명 이내 수사관으로 구성
'검사·수사관 자격 요건' 및 '즉시 통보 조항' 논란도

지난 1996년 국회와 시민사회의 요구로 처음 수면 위로 떠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23년 만에 마침내 빛을 보게 됐다.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 속에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평화당+대안신당)에서 마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수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도입을 추진하다가 무산된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1호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논의에 다시 탄력이 붙었다.

국회에서는 공수처 설치를 당론으로 채택한 여당인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과 한데 묶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올리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올해 4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설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패스트트랙을 탔다.

공수처법은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부정부패를 독립적 위치에서 전담해 수사하는 기관을 새로 설치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공수처가 수사 대상으로 하는 ‘고위공직자’는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총리비서실 소속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무직 공무원, 중앙행정기관 정무직공무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검찰총장, 시·도지사 및 교육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이다.

또 금융감독원 원장·부원장·감사, 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3급 이상 공무원, 국회사무처·국회도서관·국회예산정책처·국회입법조사처와 대법원장비서실·사법정책연구원·법원공무원교육원·헌법재판소 사무처 등의 정무직공무원도 포함된다.

특히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범죄까지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범위가 광범위한 편이다. 대통령의 경우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의 범죄까지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공수처 수사 대상은 약 7200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다만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상은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경찰로 한정돼 있다. 이 때문에 국회가 공수처를 만들어 놓고 정작 자신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시킨 것을 두고 비판도 제기된다.

공수처법의 세부 내용을 놓고도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공수처법 처리를 격렬히 반대한 한국당은 곳곳에 ‘독소조항’이 있다며 공수처가 ‘대통령 친위 기구’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공수처 조직은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 이내의 검사로 구성된다.

공수처장은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가 2명을 추천하면 이 가운데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경력 15년 이상’이거나 ‘변호사 자격을 갖고 공공기관 등에서 법률 사무 또는 대학 법학 조교수 이상으로 15년 이상 재직’해야 후보자가 될 수 있다.

공수처장의 임기는 3년으로 중임할 수 없다. 정년은 65세다.

후보자추천위는 총 7명으로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이다. 7명의 위원 중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야당 추천몫 2명 중 최소 1명의 찬성이 필요한 만큼 민주당은 야당에 실질적 비토권을 보장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야당 몫이 2명이라고 해도 민주당이 4+1과 공조한 것처럼 얼마든지 야당 비토권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장의 경우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로 10년 이상 재직’한 사람 중에 공수처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는 3년으로 중임할 수 없으며 정년은 63세다.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을 10년 이상 보유’한 인물 중에 ‘재판·수사·조사 업무를 5년 이상 수행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당초 ‘10년 이상’으로 규정했던 ‘재판·수사·조사 업무 경력’을 완화한 것이다.

한국당은 특정 성향을 가진 변호사를 대거 공수처 검사로 임명해 ‘민변검찰화’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10년 이상의 변호사 자격은 유지되고 있으며 이는 그 어떤 기구나 특검보다 높은 자격 요건을 설정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공수처 수사관도 ‘5년 이상 변호사 실무경력이나 5년 이상 조사·수사·재판 업무’ 경력을 요구한 원안에서 ‘7급 이상 공무원으로 조사·수사업무 종사자나 변호사 자격 보유자 또는 공수처 규칙으로 정한 조사 실무 5년 이상 경력자’로 완화됐으며 수사관 정원은 30명에서 40명으로 늘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전문적인 경력은 고려하지 않고 입맛에 맞는 수사관만 골라오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다양한 경력자들 중에 필요한 수사관을 뽑기 위한 차원이라고 맞서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임기는 각각 3년, 6년으로 연임이 가능하되 검사는 3회까지로 제한된다. 정년은 공수처 검사가 63세, 수사관이 60세다.

공수처법 제24조 2항에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이른바 ‘즉시 통보’ 조항을 놓고도 향후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당초 원안에는 검찰이나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에서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이를 놓고 한국당은 수사 단서만 인지해도 무조건 공수처에 모든 정보를 넘기도록 한 것이어서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는 불가능해지고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용으로 공수처가 악용될 것이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원안대로만 갈 경우 다른 수사기관이 기소 단계에 이를 정도로 충분히 수사를 하고도 공수처에 이첩을 해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고 피의자는 검·경에 이어 다시 공수처 수사를 받아야 하는 문제도 있어 수사정보 인지 단계에서부터 공수처가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4+1 원내대표들은 이날 회동을 갖고 즉시 통보 조항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했다.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이 인지한 고위공직자 범죄를 통보받은 경우 해당 기관에 수사 개시 여부를 최대한 신속하게 회신하고 수사처 규칙에 기한을 특정해 구체적으로 명시한다는 보완책이다.

이날 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내년 7월께 공수처가 탄생할 수 있을 전망이다. 공수처법은 정부로 이송돼 약 20여일의 준비 기한을 거쳐 공포되고 6개월이 경과된 시점부터 시행된다.

법안에는 ‘수사처 소속 공무원의 임명 등 수사처의 설립에 필요한 행위 및 그 밖에 이 시행을 위해 필요한 준비행위는 법 시행 전에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공수처법 시행 전에도 인적·물적 준비가 가능하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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