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수보회의서 “20대 국회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 보여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30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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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올해 마지막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국회를 향해 “20대 국회 내내 정쟁으로 치달았고 마지막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놓고 여야가 연일 극단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민생·경제 법안 처리 지연을 두고 고강도 비판을 쏟아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저무는 한해의 끝자락에서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3일 수보회의 때 자유한국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신청에 대해 “국회 선진화를 위한 법이 후진적인 발목잡기 정치에 악용되고 있다”며 국회에 날을 세운데 이어 다시 국회에 직격탄을 날린 것. 문 대통령은 “이미 역대 최저 법안 처리율로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얻었고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도입된 국회선진화법까지 무력화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재연되고 있다”며 “우리 정치가 가야 할 길이 아직도 멀다는 생각은 저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거듭 국회를 질타하고 있는 것은 선거법 개정안에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통과를 앞두고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개혁동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표결에 붙여진 공수처에 대해 “검찰개혁의 제도화가 결실을 맺을 마지막 단계에 도달했고 우리 사회 전반의 불공정을 다시 바라보고 의지를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며 “적지 않은 갈등과 혼란을 겪었지만 국민들의 절절한 요구가 검찰 개혁과 공정의 가치를 한 단계 높이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민생·경제 법안 통과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예산부수법안이 예산안과 함께 처리되지 못하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더니 올해 안에 통과되지 못하면 국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일몰법안마저도 기약 없이 처리가 미뤄지고 있다”며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일마저 방기하며 민생을 희생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에 간곡히 요청한다. 볼모로 잡은 민생·경제 법안을 놓아주기 바란다”며 “진정으로 민생과 경제를 걱정한다면 민생·경제 법안만큼은 별도로 다뤄 주기 바란다”고 했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일본의 부당한 수출 규제로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었지만 국민들의 응원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며 “핵심 소재, 부품, 장비 국산화와 산업 육성 등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의 주춧돌을 놓는 기회로 삼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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