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료칸 사장 “이런 한일관계 28년만 처음…대마도, 폐점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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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6일 11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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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 히토요시(人吉)시에서 28년간 료칸을 운영중인 한국인 손종희(일본명 호리오 사토미) 씨가 23일  한일기자교류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 히토요시(人吉)시에서 28년간 료칸을 운영중인 한국인 손종희(일본명 호리오 사토미) 씨가 23일 한일기자교류프로그램에 참가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뉴스1
“이런 한일관계 상황은 28년 만에 처음입니다. 이전에도 (부침은) 있었지만 이번은 정말 다릅니다”

일본 규슈(九州) 구마모토(熊本)현 히토요시(人吉)시에서 28년간 료칸을 운영중인 한국인 손종희(일본명 호리오 사토미) 씨의 말이다.

손씨는 지난 23일 한일기자교류프로그램에 참가한 외교부 기자단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까지 (양국간) 감정이 격화되고 실질적이고 현실적으로 영향이 있었던 것은 정말 처음있는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손씨는 부산의 여행사에서 일하던 중 일본인 남편과 만나 결혼, 이듬해 1992년부터 료칸의 실질적인 운영을 맡아왔다. 그가 운영하는 히토요시료칸은 남편의 조부모부터 3대가 87년째 이어가고 있는 유서깊은 곳으로 건물 자체가 일본 유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손 씨는 “처음엔 이러다 말려니 했다. 그런데 7월 5일 여행사에서 온 팩스는 잊히지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여행사가 한일 관계를 이유로 당초 9월 단체 여행객 20명이 묵기로 예약을 돌연 취소한 것이다.

그는 “취소 이유에 ‘한일 관계가 너무 안좋아 취소한다’고 쓰여 있었다. 너무 명확해서 놀랐다. 충격이었다”며 “한일관계 영향이 크다는 것을 그제서야 느꼈다”고 말했다.

이후 한국 여행객들의 예약 취소 사태가 계속 이어졌다. 12월 예약건까지 특히 여행사를 통한 예약은 전부 취소됐다.

손씨는 “여행사에서는 (분위기 때문에) 일본 여행 모집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며 “소수 인원 예약은 10월부터 조금씩 회복되고 있으나 단체 여행객은 아직이다. (여행) 인원이 많으면 반드시 (한일관계가) 이럴 때 자숙해야 하지 않냐면서 중국이나 대만으로 가자는 얘기가 나온다고 한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대마도는 그간 사실상 관광업 90%가 한국인에게 의존해온 탓에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손씨는 “대마도는 문 닫은 곳도 수두룩하다. 현지 관광업 관계자를 만났는데 눈물이 글썽글썽하더라”며 “거기에 비하면 나는 낫구나 생각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지난달부터 히토요시료칸의 개인 단위 예약은 많이 회복됐다고 한다. 그러나 손씨의 두려움은 여전하다. 구마모토현을 비롯 남큐슈 지역 관광의 겨울 시즌은 그간 한국인 골프 관광객에 기대왔기 때문이다.

22일 가고시마 유명 관광지 시마즈 ‘센간엔’ 주차장의 한산한 모습.  © 뉴스1
22일 가고시마 유명 관광지 시마즈 ‘센간엔’ 주차장의 한산한 모습. © 뉴스1
한국인에게 겨울 골프 여행지로 인기가 높았던 가고시마현 역시 마찬가지다.

가고시마현청이 지난 22일 외교부 기자단에 한 브리핑에 따르면 지난 9∼10월 한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한 상태다. 현청 측은 샘플 조사 결과라며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가고시마현 PR·여행전략 담당 차장은 “가고시마에 골프 목적으로 관광을 오는 분들의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한국인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특히 호텔과 골프장들의 걱정이 높다”며 “현내 주민들도 줄어든 관광객들을 다시 메우는 데 힘써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청 측과 손씨 모두 한국인 관광객 감소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로 양국간 정치적 문제보다는 직항기 운항이 중단된 것을 꼽았다.

가고시마 현청 관계자는 올해 한국인 관광객 감소가 한일관계 악화 영향으로 보냐는 질문에 “비행기가 운항 중단된 관계로 관광객이 감소했다. 작년에 가장 잦을 때는 1주에 18차례 운행했으나 현재 6차례 운행 중”이라며 “지난해 경우 대구-가고시마 직항편도 많았다”고 말했다.

손씨도 “관광객들이 오고 싶어도 항공편이 없어 못오는 상황이다. 항공편 운항 중단이 제일 큰 문제”라며 “특히 한국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이 가고시마 직항편을 그렇게 없앤데 너무 놀랐다”고 말했다.

손씨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 급감 현상은 일본 매체와 남큐슈 지역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들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지진으로 관광객이 감소했을 당시처럼 지자체 등 당국 차원의 구체적 대책이나 행동은 없는 상태다.

하지만 대책이나 행동이 나오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한국인 관광객을 대체하는 대응책을 세워버리면 양국간 민간 교류는 계속 줄어들고 관계는 더욱 악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고시마 현청 관계자는 한국 관광객 감소에 대한 대안으로 “일본 국내 여행객과 한국 외 중국 등 다른 해외국가 관광객들을 유치하는 방안을 골프장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감소분을 메꾸기 위해 2명의 관광객이 라쿠텐 등 일본 예약 사이트를 통해 현내 숙박하는 경우 현청 자체에서 총 1만엔을 지원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도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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