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라니까 하는 필리버스터?…“아무말 대잔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5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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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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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회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자 성탄절인 25일에도 여야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으로 하루 종일 ‘입씨름’을 했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아무 말 대잔치’”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왔다.

25일 자정 종료된 헌정사상 두 번째 필리버스터에는 여야 의원 13명(오후 5시 기준)이 참여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주호영, 권성동, 전희경, 박대출, 정유섭, 유민봉 의원 등 6명이 발언대에 섰으며 새로운보수당 지상욱 의원도 선거법 반대 토론을 거들었다. ‘4+1 협의체’에서는 더불어민주당 5명(김종민, 최인호, 기동원, 홍익표, 강병원), 정의당 1명(이정미 의원) 등 6명이 ‘맞불 필리버스터’를 했다. 다수파인 4+1이 소수파만큼 마이크를 잡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필리버스터는 통상 소수파가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합법적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할 권리로 통한다. 2016년 민주당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당시에는 발언한 38명 모두 야당 소속이었다.

선거법과는 상관없는 ‘아무 말’을 하는 장면도 자주 연출됐다.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느닷없이 “미국은 경찰국가를 포기했다”며 “사실상 어떤 의미에서는 보안용역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미국을 비판했다. 미국의 무리한 방위비 분담 요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다. 그 다음으로 마이크를 잡은 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이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형 집행정지 해달라”며 “여자 대통령에게 그렇게 증오로 복수를 해야겠느냐”고 하기도 했다.

1인당 발언 시간도 지난 필리버스터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가장 오래 토론을 이어간 사람은 한국당 박대출 의원이다. 박 의원 기록은 5시간 50분이다. 2016년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서 나온 최고 기록 12시간 31분(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국회 관계자는 “여야 모두 꼭 해야 한다기 보다는 그냥 하라니까 하는 느낌”이라며 “아무 말 대잔치”라고 지적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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