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번째 순서였던 선거법, 23계단 건너뛰어 4번째로 상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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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선거법 기습상정]문희상 의장, 예산부수법안 처리중
與 제출한 의사일정 변경안, 한국당 항의하는 사이 통과시켜
첫 안건 ‘회기 결정’ 필리버스터 거부… 한국당 “아들 공천” “사퇴하라” 반발

문희상 국회의장(의장석 왼쪽에서 두 번째)이 23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고 있다. 문 의장은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상정해 표결 처리 후 27번째 안건이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
 4번째 안건으로 전격 상정했다. 이러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을 둘러싸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문희상 국회의장(의장석 왼쪽에서 두 번째)이 23일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처리 절차에 따라 본회의에 부의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전격 상정하고 있다. 문 의장은 의사일정 변경의 건을 상정해 표결 처리 후 27번째 안건이었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 4번째 안건으로 전격 상정했다. 이러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문 의장을 둘러싸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다음은 의사일정 4항(예산부수법안) 심의 순서지만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 외 155인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먼저 심의하자는 의사일정 변경 동의안이 제출됐다.”

23일 오후 9시 40분. 문희상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를 주재하며 안건 순서에 따라 예산부수법안을 처리하던 중 패스트트랙 법안인 선거법 개정안을 기습적으로 상정하기 위해 이같이 밝혔다. 원래 선거법 개정안은 27번째로 상정해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의장 권한으로 예산부수법안 표결을 미룬 채 민주당의 요청을 받아들여 상정 순서를 4번째로 바꾼 것.

안건 순서를 바꾸면서까지 선거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들고 있던 피켓을 집어 던지며 의장석으로 달려 나갔다. “불법으로 (절차를) 무시했다” “지금 뭐 하는 거냐”라며 고함을 질렀다. 하지만 문 의장은 의사일정 변경에 대해 찬반 투표를 했고, 한국당 의원들이 항의하는 동안 투표에 불참한 가운데 찬성 153인, 반대 3인으로 통과됐다.

결국 문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려 이날 선거법 개정안은 물론이고 4+1 협의체가 몇 시간 전에 마련한 선거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상정하자 한국당은 곧바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들어갔다. 첫 번째 타자로 나선 주호영 의원은 “문 의장이 가지가지 한다”고 비판했고, 전희경 의원은 “아들 공천에 나라를 팔아먹어? 국회를 팔아먹어? 당신은 역사의 죄인”이라고 소리쳤다. 이에 앞서 예산부수법안 반대 토론에 나선 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청와대 감찰 농단 등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루 의심을 받고 있다. 사실로 드러나면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훨씬 가벼운 선거 개입 문제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초 문 의장은 이날 본회의 첫 번째 안건으로 상정된 회기 결정의 건에 대해 한국당이 신청한 필리버스터를 거부했다. 한국당 의석에서는 “문희상 사퇴” “아들 공천”이라는 고함이 터져 나왔다. 한국당은 회기 결정의 건도 필리버스터 대상이라고 주장했으나 문 의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발언시간이 5분으로 제한된 찬반토론을 시작했다. 그러고는 문 의장은 곧바로 회기 결정의 건을 표결해 민주당의 요청대로 임시국회 회기는 11∼25일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300여 건의 예산부수법안 수정안을 제출하자 기다렸다가 막판에 선거법 개정안의 수정안을 제출하는 전략으로 한국당의 본회의 지연작전을 무마시켰다. 가장 나중에 제출된 수정안을 먼저 표결해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발의한 수정안을 가장 먼저 표결해 처리한 것. 소수파에게 보장된 필리버스터 권한을 국회의장 권한으로 거부하고, 막판 재수정안을 제출해 ‘꼼수에 꼼수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편 답보 상태에 있던 4+1 협의체 협상은 주말 사이 정의당의 설득과 각 당 대표의 담판으로 석패율제를 포기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4+1 협의체는 이날부터 25일까지 본회의를 열어 일단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각 법안의 원안을 상정시키고 한국당이 필리버스터를 하는 시간을 활용해 최종 수정안을 마무리한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4+1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도 개혁과 검찰, 사법개혁을 논의했던 각 당 주체들의 추가적 합의문은 24일이나 25일 더 나올 것”이라고 했다.

최고야 best@donga.com·강성휘 기자

#패스트트랙#선거법 개정안#4+1 협의체#자유한국당#필리버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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