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정치’ 앞둔 이낙연 “정글로 돌아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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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2월 20일 15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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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밝게 웃음을 띄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만찬에서 밝게 웃음을 띄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낙연 국무총리는 ”제가 다시 돌아갈 그곳이 정글 같은 곳이긴 하겠지만, 국민들께서 신망을 보내주셨던 그런 정치의 자세를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19일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총리실 출입기자단과 가진 송년 만찬 간담회에서 “국민들께서 갈증을 느끼시는 것은 정치에서의 품격, 신뢰감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장수 총리인 이 총리는 차기 총리로 지명된 정세균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마무리 되면 정치권으로 복귀할 전망이다.

이 총리는 “제가 기자를 21년 했고, 4선 국회의원을 했다. 그러고 난 뒤에 지방자치단체에서 3년, 총리로서 2년 7개월을 했다”며 “기자와 국회의원으로서 지냈던 그 기간에 문제의식은 대단히 왕성했으나 문제의 실체를 해결하는 정책이 이루어지고 시행되는 과정, 그리고 그 정책이 실제로 현장에서 어떻게 투영되는가 하는 것까지 충분히 알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사와 총리를 하면서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됐다는 것이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의식인지는 알겠는데, 정책이나 세상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은데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며 “제가 만약 정치쪽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면 그걸 알게된 사람으로서 좀 더 진중해지고, 무겁게 할 거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나눈 대화 내용도 소개했다.

이 총리는 “올여름 2차 내각이 있었을 무렵 대통령께서 ‘총리께서 정부에서 더 일하면 좋겠지만 총리의 생각은 어떤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셨다”며 “그때 제가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가장 중요한 문제가 총선인 것 같고, 그래서 정부 여당에 속한 사람으로서 그 중요한 일에 제가 할 일이 있다면 어떤 심부름이든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후임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시기 하루 전에도 ‘이제는 이 총리도 자신의 정치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라는 (대통령의) 말씀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에 대해 “그 연세의 한국 남자로서는 거의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진중하시고 배려심이 많으시다”라며 “저에게 한 번도 빼지 않고 ‘님’자를 붙이신다거나 당신을 비서실장 앞에서 ‘저’라고 말씀하시는 것 등 이런 것들은 상대에 대한 굉장한 배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하는 것은 저를 많이 신뢰해주셨다는 것”이라며 “제가 돌이켜 생각해보니 대통령께서 저를 신뢰해 주신 것이 저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 대통령의 배려 덕분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문 대통령에 대한 감사의 뜻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총리는 또 “어려운 것까지는 없지만 (대통령께서) 진지하시다. 유머가 적으시고 진지하시다”라며 “진지함이 아랫사람에게는 좀 더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이에 기자가 “총리님과 똑같은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 총리는 “저는 매일 웃기기만 한다”고 답하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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