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수출규제 10시간 논의… “소통 계속”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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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6개월만에 수출 정책대화
16일 도쿄서 현안 점검 국장급 협의
韓 “서로에 대한 이해 높인 게 의의”… 日 “대화 재개한 게 하나의 진전”
가까운 시일내 서울서 후속 협의

16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회의실에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왼쪽)에게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왼팔을 길게 뻗어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16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회의실에서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왼쪽)에게 이다 요이치 경제산업성 무역관리부장이 왼팔을 길게 뻗어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2016년 6월 이후 3년 반 만인 16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개최된 한일 통상당국의 ‘수출관리 정책대화’에서 양국은 의사소통을 계속하고 다음 정책대화를 가까운 시일 내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정책대화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20분까지 약 10시간 20분간 열렸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국장 등 한국 대표 8명, 이다 요이치(飯田陽一) 경산성 무역관리부장 등 일본 대표 8명 등 총 16명이 참석해 현안을 하나씩 점검했다.

이 국장은 정책대화 후 기자회견에서 “재래식 무기에 전용될 수 있는 물자 수출을 제한하는 ‘캐치올’ 규제에 관한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양국의 법체계가 다르고, 한국이 이미 국제법에 따라 제대로 규제하고 있다는 점을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측은 추가 데이터 등을 실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양국의 인식 차이가 남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 국장은 “이번 대화를 통해 수출관리 제도와 운용에 대해 오해가 있거나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는 점이 의의”라고 강조했다.

한국 측은 일본이 반도체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발표한 올해 7월 1일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측은 확답을 하지는 않았다. 가지야마 히로시(梶山弘志) 경산상은 이날 저녁 “지금 시점에서는 규제 해제 가능성을 말할 수 없다. 대화를 거듭해 나가면서 판단하는 것 아니겠냐”라고 했다. 다만 그 역시 “3년 반 만의 대화 재개가 하나의 ‘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일본 측은 한국의 수출관리 인원이 부족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가 앞서 1일 “수출관리를 담당하는 본부 인원을 현재 56명에서 70명으로 14명 늘릴 것”이라고 밝혔음을 설명했다.

경산성은 올해 7월 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했다. 한 달 뒤 수출관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그룹A)’에서 한국을 제외했다. 지난달 25일 호사카 신(保坂伸) 경산성 무역경제협력국장은 집권 자민당과의 당정회의에서 한국이 그룹A로 복귀하기 위한 3개 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양국 정책대화가 열리지 않아 신뢰 관계가 손상된 점 △수출 심사 및 관리 인원 등 체제의 취약성 △‘캐치올’ 규제 미비 등을 거론했다. 이날 대화에서 앞선 두 가지 사안이 논의된 만큼 캐치올 규제를 보완하면 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의 분위기도 냉랭했던 7월 과장급 실무회의 때와 크게 달랐다. 일본 대표단은 회의 시작 6분 전인 오전 9시 54분부터 입장해 한국 대표단을 기다렸다. 일본 수석대표인 이다 부장은 회의실 출입구에서 한국 대표단을 직접 맞았고 이 국장과 가볍게 웃으며 악수했다. 이 국장이 “굿모닝”이라고 인사하자 이다 부장은 “웰컴, 플리즈”라며 손을 뻗어 자리로 안내했다. 7월 과장급 실무회의 때 일본 측은 한국 대표단이 입장할 때 착석 상태에서 대기했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회의실도 의자 등 비품을 쌓아놓은 창고 같은 방에서 임시 탁자 2개만 붙여놓아 ‘홀대’ 논란이 일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일본 수출규제#한일 정책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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