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조국 사태’ 첫 사과 “지도부 물러나라는 것은 선거 포기하라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0일 20시 22분


코멘트
“선거가 5달 밖에 안 남았는데 당 지도부를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선거를 포기하라는 것이다.”

“(당 대표 취임 후) 1년 3개월 동안 하루도 지각, 결석 한 번 안 하고 회의 안 해본 적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30일 기자간담회에서 당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는 ‘지도부 책임론’을 일축했다. 그는 “(당원게시판에서) 대표 사퇴를 요구하는 사람들은 다 합쳐서 2000명 정도 된다. 우리 권리당원이 70만 명 가까이 되니까 극소수”라고 했다. 한 초선 의원은 “당 안팎의 위기감에 대해 전혀 인식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이날 간담회는 다음달 5일 개최 예정이었던 간담회를 앞당긴 것이었다. 당 관계자는 “‘조국 사태’ 이후 당의 진로를 모색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이 급선무였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핵심이었던 ‘조국 사태’에 대한 명확한 사과는 없었다. 이 대표는 “갈등이 굉장히 심했고 국민들이 많이 지쳤다. 그런 점에 대해서 송구하다”고 말했다. ‘송구하다’는 발언이 사과인 지에 대한 질문에는 “표현대로”라고만 답했다. 이날 40여분 간 진행된 간담회에서 ‘조국’이라는 이름은 단 한번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검찰개혁을 강조하며 “일반 시민들이 보기에 검찰은 ‘사람을 잡아다가 족치는 곳’이란 인상을 받는다. 저도 군 검찰에서 조사를 많이 받아봤지만 수사관들이 와서 툭툭 치고 욕이나 해쌓고…그건 고문이지 수사가 아니다”며 “잘못된 풍토들을 고치지 않고서는 국민들의 삶이 안정을 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유감 표명’ 기자 간담회를 하면서 화살을 검찰로 돌린 것. 그는 자유한국당 비판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야당과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는 질문에 이 대표는 “매일 만나도 매일 아무 것도 안 된다”고 했다. 또 “정치를 30년 넘게 했는데 너무 지나친 것 같다. 이렇게 정부가 아무것도 못 하게 발목 잡는 것도 처음 본다”며 “대안을 갖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종일관 비난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당 운영 방침에 대해서는 ‘쇄신’보다는 현상 유지를 통한 ‘안정’을 강조했다. 당 안팎의 쇄신 요구에 “선거를 앞두고 인재도 많이 영입하고 정책도 많이 만드는 등을 충실히 하는 것이 혁신이지 서로 인신공격하는 것이 혁신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세대교체론에 대해서는 “임의로 ‘물갈이’한다, 쫓아낸다고 하는 건 예의 없는 용어다”고 말했다. 대신 2030 세대의 국회 진출 방안으로 “선거법 협상이 끝나고 비례대표 의석이 몇 개가 될지 가늠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청년을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거취에 대해서는 “총리님 의사 뿐 아니라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인사권자가 따로 계시기 때문에 더 말하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불출마 선언으로 쇄신론에 불을 지폈던 이철희 의원은 “할 말은 많지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뜻을 같이 하는 초선 의원은 “할 말이 없다. 당내 의원들의 쇄신 요구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기대했지만 알맹이는 하나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초선 의원도 “당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했어야 하는데 야당 비판에만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말했다.

박성진기자 psjin@donga.com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